유머·액션 빛나는 가이 리치의 오락영화…'젠틀맨'
거대 마리화나 제국을 건설한 한 남성이 은퇴를 위해 미국인 억만장자에게 자신의 마리화나 농장을 매각하려 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얽히게 되고 계획이 차질을 빚는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젠틀맨'은 '알라딘'(2019)을 연출한 가이 리치 감독 신작이다.

영화 특유의 리듬과 여러 인물이 끼어드는 구조 등은 그의 데뷔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9)를 떠올리게 한다.

미키 피어슨(매슈 매코너헤이 분)은 미국 출신으로 영국으로 건너와 자수성가로 마리화나 제국을 건설했다.

그는 이제 사랑하는 아내 로잘린드(미셸 도커리)와 편안한 여생을 보내고 싶다.

유대인인 미국 억만장자 매슈(제레미 스트롱)에게 농장을 팔기 위해 흥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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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 중국 삼합회 소속 무법자 드라이 아이(헨리 골딩)와 미키에게 앙심을 품은 신문사 편집장(에디 마산)이 끼어든다.

돈 냄새를 맡은 사립 탐정 플레처(휴 그랜트)는 미키의 오른팔인 레이먼드(찰리 허냄)를 찾아와 거액을 요구한다.

설상가상으로 한 무리 10대들이 마리화나 농장을 습격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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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플레처가 레이에게 돈을 요구하며 왜 자신이 그 돈을 받아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돼 있다.

플레처는 우리가 아는 휴 그랜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유쾌함과 지질함 사이를 오간다.

이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 요소다.

다만 초반에는 다수 인물이 등장하는 데다 신뢰가 가지 않는 화자인 플레처의 설명에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뚜렷하고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낸다.

'로맨스 장인'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휴 그랜트는 물론이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 헨리 골딩은 무자비한 악당으로 변신했다.

철두철미하다가도 실수를 하는 레이를 연기한 찰리 허냄과 은둔 고수 같지만 원칙은 꼭 지키는 코치를 연기한 콜린 패럴 등 모든 인물이 입체적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절대 심각해지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유머러스한 대사와 영화 특유의 리듬이 액션 '오락'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만든다.

유머·액션 빛나는 가이 리치의 오락영화…'젠틀맨'
다만 영국의 EU 탈퇴 등 정치적 요소를 적재적소에 녹여내기도 한 이 유머에 인종차별 요소가 있다.

중국인 갱들은 유럽인들이 생각하는 스테레오타입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으며 플레처는 드라이 아이를 묘사하며 중국인 영어 발음을 우스꽝스럽게 흉내 내기도 한다.

유대인 매슈에 대한 묘사 역시 스테레오타입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