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노인 두 명이 숨졌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란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근 해외 여행 이력이 없는 이들이다.

그간 이란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외 여행을 하지 않은 발병자가 나오면서 이란 당국이 발병 현황 등을 제대로 파악·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이란 메흐르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란 보건부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45㎞ 떨어진 도시 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두 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알리레자 바하브자데 이란 보건부장관 자문위원은 “두 환자 호흡기 질환 증상이 심했고, 격리 치료 도중 숨졌다”며 “면역력 부족과 노령 등으로 인해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사망자의 나이와 성별 등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이란 내외에선 이번 사태를 놓고 당국의 발표 축소 등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사망자의 감염 경로가 뚜렷치 않아서다.

그간 이란은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 사례를 발표한 적이 없었다. 반면 이란 국영 IRNA통신은 보건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사망자들은 최근 해외 여행 이력이 없는 이들”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이 이란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힌지 약 5시간 만에 환자 사망 발표가 나왔다.

중동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 당국은 국민들에 차분한 대처를 촉구했다. 카셈 얀 바베이 이란 보건부 차관은 이날 이란 매체에 “국민들이 당황할 이유가 없다”며 “일단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가지 말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라”고 말했다. 이란 보건당국은 쿰에 도시 방역 긴급 조직을 설치했다. 20일엔 지역 내 학교 등 시설을 임시 폐쇄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이란 당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총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은 오는 21일 의회 총선을 실시한다. 이란 내 보수·이슬람 근본주의파는 최근 미국과의 갈등 고조 분위기를 타고 세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

이란에서 코로나19가 번지면 타국에 비해 위험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인해 의약품 수입이 까다로워서다. 미국은 보건용품과 의약품 등에 대해선 제재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만 이란 당국은 미국의 조치가 사실상 의약품 수입도 금지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약품 수입시 대금 결제 핵심 역할을 하는 이란 민간은행도 제재 대상이라서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달 “미국이 '최대 압박'을 하면서 이란인은 식품과 의약품조차 구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