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오른쪽)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오른쪽)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끝내 호남 3당 통합에 제동을 걸었다. 소속 의원들은 집단탈당을 예고하며 손 대표를 향해 최후통첩을 보냈다.

손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편의를 위한 지역주의는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며 “호남신당의 창당은 결코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최고위에서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3당 합당 합의문의 추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거부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신중한 의견수렴을 이유로 내세우며 합의문 추인은 보류했다. 다만 3당 합의문에 ‘공동대표제’ ‘2월 28일 대표 임기 종료’ ‘비상대책위 구성’ 등 손 대표가 완강히 거부했던 내용이 담겨 있어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손 대표는 ‘공동대표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어 통합에 반대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하지 않겠다”고 대답을 피했다.

손 대표가 3당 합당과 2선 후퇴 요구에 대한 분명한 거부의사를 밝히자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만나 “하루의 시간을 더 주고 입장 변화가 없다면 18일 의원총회를 열어 비례대표 의원 11명을 셀프제명하겠다”고 밝혔다. 박주선 의원은 “손 대표의 결단을 마지막으로 촉구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하게 되면 이들은 의원직을 유지한 채 무소속 의원이 되고, 당에서는 다음 순번 비례대표가 승계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바른미래당은 손 대표 ‘1인 체제’의 원외 정당으로 전락하게 된다.

손 대표 측은 당헌·당규상 윤리위원회 없이 셀프제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비례의원들이 셀프제명을 강행하는 경우 손 대표 측에게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어 제명 후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장 활동하는 것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당헌·당규의 해석과 의원직 유지를 둘러싼 법적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관계자는 “법원에 확인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도 “탈당으로 인한 의원직 상실과 승계 문제는 우리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