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서 싹 튼 전주의 '상생'…최대 20%까지 내린 임대료

연간 1천명이 찾는 전북 전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한옥마을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임대료 인하 건물주 "멀리 가려면 함께"…임차인 "힘 얻었다"
수년째 이어진 경기불황은 물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최근 한옥마을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최대 20%까지 내리기로 하자 지역사회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박수'를 보내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한옥마을과 인근 전통시장의 건물주 64명이 임대료 인하를 결정한 것은 한옥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물론 작금의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지난 14일 이들과 전주시는 코로나19의 상황 종료 시점을 고려해 3개월 이상 10% 이상의 임대료를 내리는 것을 뼈대로 한 '상생선언문'을 발표했다.

최대 20%까지 내리기로 한 건물주들도 더러 있다.

임대료 인하 건물주 "멀리 가려면 함께"…임차인 "힘 얻었다"
이 상생 선언을 이끈 '전주 한옥마을 사랑모임'의 한광수(70) 회장은 "국가적 재난을 함께 극복하고 한옥마을이 지속해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1년 전부터 건물주인 회원들을 꾸준히 설득했다"고 말했다.

고모부가 한옥마을 인근에서 운영해온 한약방에서 14살 때부터 낮에는 일을 돕고 밤에는 학교에 다닌 덕분에 그의 한옥마을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도 크다.

한옥마을 일대에 2개 건물(5개 점포)을 가지고 있는 한 회장은 "한옥마을이 단순히 돈 버는 장소로 전락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면서 "한옥마을이 전주의 전통과 가치, 정체성을 오래도록 지킬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었다"며 임대료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애초 임대료 인하 결정이 생색내기로 비칠까 봐 우려했다.

'정치를 하려고 그러나, 왜 튀는 행동을 하지'라는 색안경을 쓴 듯한 주위 시선이 두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사익 추구가 아니라 공익을 내세우며 국가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에 더 힘을 실어 떳떳하게 임하자고 결심했고, 이왕 하려면 시기가 빠른 게 좋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정당인도 아니고, 정치는 아예 모른다"고 선을 그은 그는 "한옥마을 전체로, 전주 전역으로, 나아가 전국적으로 이런 추세가 확산하면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물론 국가적 재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대료 인하 건물주 "멀리 가려면 함께"…임차인 "힘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주시와 시민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소비 위축과 매출 감소, 지역경제 침체를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라는 격려로 화답했다.

임차인도 고마움을 내비쳤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강익순(60)씨는 "건물주가 상생 선언 이전인 지난달부터 미리 임대료를 20%나 내려줘서 힘을 얻었다"면서 "어려울수록 상부상조해야 한다는 마음을 배워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장사가 잘돼야 (상인들이) 월세도 더 많이 낼 수 있는 만큼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하 분위기가 한옥마을 전체로 스며들어 '윈-윈'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극복과 경제적 고통 분담을 위한 한옥마을 공생 실험의 작은 몸짓이 '나비효과'가 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