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의 안이한 인식부터 그렇다. 기재부는 경기개선의 신호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설비투자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과 같은 -8.1%로 급감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우리 경제가 추락해온 현실과는 동떨어진 진단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부처는 민생과 경제에서 확실한 변화를 보여줄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지만 과감한 정책 전환 없이는 ‘확실한 변화’ 역시 공허한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기업규제와 노동시장에 대한 근본적 수술 없이 소재·부품·장비산업과 신산업을 키우겠다는 산업부의 보고가 막연하게 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기부는 스마트공장, 스타트업과 벤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등을 정부가 다 주도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혁신금융을 보고한 금융위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면책제도를 전면 개편해 금융회사 직원이 합리적인 기업 평가로 자금을 공급한 경우 문제가 발생해도 과도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냉소적이다. 금융당국의 말과 행동이 다른 탓이다.
문 대통령은 6대 그룹 간담회에서 “과감한 세금 감면과 규제 특례를 시행할 테니 기업들은 투자해 달라”고 했지만 경제부처들의 업무보고는 따로 놀고 있다. 말로는 기업 투자를 독려하면서 실제로는 투자 의욕을 꺾는 ‘희망고문’이 반복되면 경제가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이라도 혁신성장에 불을 붙일 과감한 정책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