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넉달 앞두고…'한국형 실업부조'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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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취업지원 사업 절반 줄였는데
野 반발에 2월 임시국회 상정 안돼
5월 국회 남았지만 처리 불투명
野 반발에 2월 임시국회 상정 안돼
5월 국회 남았지만 처리 불투명
정부가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고용안전망을 완성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국민취업지원제도, 이른바 ‘한국형 실업부조’ 정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 시간표대로라면 오는 7월부터 시행돼야 하지만 근거 법률 제정안이 이달 임시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서다. 5월 국회가 남아 있지만 야당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는 데다 총선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새 제도 시행을 감안해 기존 취업지원 사업을 절반가량 줄여놨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과잉 홍보와 이에 자극받은 야당의 어깃장으로 애꿎은 취약계층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정부는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한국형 실업부조를 국민취업지원제도로 이름을 바꿔 발표했다. 고용보험은 전체 취업자(약 2700만 명) 중 55% 정도만 가입돼 있어 빈곤층과 영세 자영업자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고용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중위소득 50% 이하의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 취업지원 서비스와 함께 월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게 이 제도의 골자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와 2009년 도입한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새 제도 시행 전제로 기존 사업 줄여
국회는 지난해 12월 국민취업지원제도 예산(2771억원)을 통과시키면서 ‘근거법안(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제정된 후 시행’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제도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입법을 낙관하고 기존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는 점이다. 취업성공패키지는 10년 넘게 저소득층 구직자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까지 누적 참여 인원이 200만 명을 넘었고, 지난해 11월 기준 취업률은 68.3%에 달했다. 정부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 예산을 지난해 3908억원에서 올해 2317억원으로 줄였다. 지원 대상도 작년 24만9000명에서 14만 명(목표)으로 축소했다. 새 제도 도입을 감안해 6월까지만 정책 목표를 잡은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만에 하나 입법이 불발되면 관련 예산을 기존 사업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안정적인 정책 운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 지연’ 혼란 자초한 정부
야당의 어깃장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입법을 둘러싼 혼란은 정부가 자초한 면이 적지 않다. 고용부는 지난해 6월 제도 도입을 발표한 이후 수차례 보도자료를 내고 간담회를 여는 등 집중 홍보했다. 반면 새 사업의 적정성 여부를 가늠하는 예비타당성조사, 공청회 등 입법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근거법률도 없는데 예산부터 내놓으라는 것이냐”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포퓰리즘이다”며 야당이 강력 반대한 이유다. 야당의 반대에 직면하자 고용부는 그제야 “기존 사업을 통합한 것으로 예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5월 마지막 임시국회가 남아 있지만 관련법 제정은 차기 국회에서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단순히 조문 몇 개 바꾸는 개정법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제정법”이라며 “더 시급한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처리도 못하고 있어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정부는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한국형 실업부조를 국민취업지원제도로 이름을 바꿔 발표했다. 고용보험은 전체 취업자(약 2700만 명) 중 55% 정도만 가입돼 있어 빈곤층과 영세 자영업자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고용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중위소득 50% 이하의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 취업지원 서비스와 함께 월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게 이 제도의 골자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와 2009년 도입한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새 제도 시행 전제로 기존 사업 줄여
국회는 지난해 12월 국민취업지원제도 예산(2771억원)을 통과시키면서 ‘근거법안(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제정된 후 시행’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제도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입법을 낙관하고 기존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는 점이다. 취업성공패키지는 10년 넘게 저소득층 구직자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까지 누적 참여 인원이 200만 명을 넘었고, 지난해 11월 기준 취업률은 68.3%에 달했다. 정부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 예산을 지난해 3908억원에서 올해 2317억원으로 줄였다. 지원 대상도 작년 24만9000명에서 14만 명(목표)으로 축소했다. 새 제도 도입을 감안해 6월까지만 정책 목표를 잡은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만에 하나 입법이 불발되면 관련 예산을 기존 사업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안정적인 정책 운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 지연’ 혼란 자초한 정부
야당의 어깃장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입법을 둘러싼 혼란은 정부가 자초한 면이 적지 않다. 고용부는 지난해 6월 제도 도입을 발표한 이후 수차례 보도자료를 내고 간담회를 여는 등 집중 홍보했다. 반면 새 사업의 적정성 여부를 가늠하는 예비타당성조사, 공청회 등 입법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근거법률도 없는데 예산부터 내놓으라는 것이냐”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포퓰리즘이다”며 야당이 강력 반대한 이유다. 야당의 반대에 직면하자 고용부는 그제야 “기존 사업을 통합한 것으로 예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5월 마지막 임시국회가 남아 있지만 관련법 제정은 차기 국회에서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단순히 조문 몇 개 바꾸는 개정법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제정법”이라며 “더 시급한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처리도 못하고 있어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