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포용 '빛났다'…SNS 통해 국민 응원 릴레이 캠페인도
아산 12억여원, 진천 5억여원 상당 성금·후원 물품도 답지
[코로나19 한달]'우한교민' 품은 진천·아산·이천 주민들…응원·후원 '봇물'
"처음에는 감염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있었지만, 이들이 건강하게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돼 기쁩니다"(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주변 주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딛고 중국 우한 교민과 중국인 가족을 받아준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경기 이천 주민들의 성숙한 포용과 희생정신이 빛을 발했다.

이들 지역과 교민들에게는 직접 방문과 SNS 등을 통한 전국적인 응원과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국민이 '똘똘 뭉치는' 힘은 늘 위기 속에서 더 빛이 난다.

주민들은 지난달 31일 1차로 귀국해 14일 동안 격리생활을 마친 뒤 15일 떠나는 교민들을 따뜻하게 환송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 농기계로 입구 막고 수용 반대, 보건복지부 차관 주민에 봉변도
교민 수용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우려가 컸던 만큼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정부가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을 우한 교민 수용시설로 정하자 이곳 주민들은 지난달 29일 이곳으로 통하는 도로를 트랙터 등 농기계로 가로막으며 실력 저지에 나섰다.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날 밤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을 찾았던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성난 주민들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충남 천안의 국가시설로 정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한 것은 힘의 논리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튿날에는 아산을 찾아온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일행에게 주민들이 계란을 던지는 등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런 기류는 지난달 31일 오전 우한 교민들이 1차 전세기로 김포공항에 도착하면서 바뀌었다.

진천지역 주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아침 마라톤 회의를 열어 우한 교민 수용 결정을 내렸다.

현수막과 농성 천막도 스스로 걷어냈다.

비대위 관계자들은 "우한 교민도 우리 국민"이라며 "뒤집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니 편하게 있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로나19 한달]'우한교민' 품은 진천·아산·이천 주민들…응원·후원 '봇물'
우한 교민 도착 시각에 맞춰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 앞 다리에는 '우한 형제님들, 생거진천에서 편히 쉬어가십시오'라는 글귀가 적힌 진천 주민들의 응원 현수막도 내걸렸다.

급속히 확산하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와 정부의 일방적 조치에 뿔이 났던 진천 주민들이 마지막 순간에는 넉넉한 가슴으로 우한 교민을 보듬는 시민 정신을 발휘한 것이다.

아산지역 주민들도 진천과 마찬가지였다.

정부 관계자와 지방자치단체장의 "걱정하는 부분을 확실히 해결하고 안전 위험 요소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설득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천 주민들도 중앙 정부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불안감을 나타내면서도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한달]'우한교민' 품은 진천·아산·이천 주민들…응원·후원 '봇물'
◇ 성숙한 모습에 큰 박수…각지서 성금·물품 등 후원
전국 각지에서 진천·아산 주민을 응원하는 성금·물품 후원이 줄을 이었다.

진천군에는 현재까지 86건에 5억8천여만원 상당의 성금과 후원 물품이 접수됐다.

서울시는 지난 3일 1억원을 현금 지원했다.

진천군은 이 지원금으로 열화상 카메라, 비접촉식 체온계, 마스크와 세정제 등을 구매, 어린이집 등 취약계층에 우선 지원했다.

GS리테일은 우한 교민과 중앙합동지원단, 경비 경찰에게 1억원 상당의 도시락과 생필품을 지원했다.

충주 방역업체인 BK글로벌은 지난달 31일부터 인재개발원이 있는 충북 혁신도시 내 16개 어린이집을 매일 무료 소독하는 재능 기부를 했다.

진천 주민들은 주변의 관심과 응원을 이젠 3차 귀국한 우한 교민을 포용한 경기 이천에 전하고 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함께해요 이천, 힘내세요 대한민국'이라는 글을 올린 뒤 응원 릴레이를 제안했다.

다음 날 박양규 진천군의회 의장과 진천 상신초등학교 교육 가족이 호응했다.

박 의장은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온정, 사랑 덕분에 진천군이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언제나 함께하고 있음을 기억해달라"고 3차 귀국 우한 교민과 이천 주민들을 격려했다.

상신초 김미영 교장과 학생, 학부모, 운영위원들은 이날 한자리에 모여 '우한 교민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외치는 영상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이 학교는 우한 교민들을 격려하는 꽃다발과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기원하는 글을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코로나19 한달]'우한교민' 품은 진천·아산·이천 주민들…응원·후원 '봇물'
아산에도 14일 동안 이들을 돕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후원 물품이 이어졌다.

우한 교민을 응원하고 이들을 포용한 아산시를 격려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지며 지난 1일부터 현재까지 모두 143건에 12억3천여만원의 후원 물품이 답지했다.

후원 물품은 우한 교민, 아산시민과 취약계층, 사회복지시설,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전달됐다.

우한 교민과 중국인 가족 170여명이 머무는 이천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에도 후원 물품이 이어지고 있다.

이천시에는 개인과 단체 20여곳에서 우한 교민과 중국 국적 가족에게 전달해달라며 기부 물품을 보내왔다.

면역력을 키우는 데 효과가 있는 홍삼이 다수를 차지했다.

경기동부인삼조합에서 홈삼엑기스 200상자를, 영주시청에서 홍삼차 10상자를 우한 교민 등에게 기부했다.

파주시청의 경우 국방어학원이 있는 장호원읍 이황리 주민들에게 홍삼 148상자를 보냈다.

이천지역 시민단체인 '미래이천시민연대'는 국방어학원 앞 삼거리에 '和睦健康的利川 淸安心休息'라는 중국어 현수막을 내걸었다.

국방어학원에 입소한 중국 국적 가족을 배려해 '평화롭고 건강한 이천입니다 편히 쉬었다 가세요'라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매일 전국 각지에서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물론 어린이들이 쓴 손편지부터 건강에 도움이 되는 먹거리, 싱싱한 농산물, 무료함을 달래줄 읽을거리 등이 전해졌다"며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은중 전창해 최찬흥 우영식)
[코로나19 한달]'우한교민' 품은 진천·아산·이천 주민들…응원·후원 '봇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