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유태성숙으로 시작된 인류 진화
인간은 왜 침팬지와 달리 턱이 돌출되지 않은 걸까? 서양인은 왜 눈썹 부근 뼈가 돌출돼 눈이 쑥 들어가 보이는 걸까? 동양인의 코는 왜 넓게 퍼져서 좁고 각진 모양의 서양인 코와 다른 것인가? 이 질문들은 모두 인간 또는 인종 간 진화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기본적으로 턱은 음식의 저작 기능과 관계가 있다. 돌출된 턱은 싸우거나 먹이를 제압하는 데 유리하다. 왜 인간의 턱은 이런 장점을 뒤로하고 다른 동물과 반대 방향으로 진화한 것일까. 실은 턱이 들어가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턱이 앞으로 나오는 유아기에 발생이 정지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유인원이나 침팬지의 어린 시절에 발생 속도를 멈추게 하거나 느리게 해서 평평한 턱을 갖게 된 것이다. 눈썹뼈가 덜 돌출된 것, 코가 퍼져 있는 것, 온몸의 털이 적은 것 또한 유아기의 특징이다.

현생 인류는 유태성숙(幼胎成熟·neoteny)종이다. 유태성숙이란 초기 개체 발생이 지연된 상태에서 유아기 발생 시기가 길어지면서 성적인 성숙이 오는 경우를 말한다. 고생물학자인 스티븐 J 굴드의 말처럼 인간이 200세까지 살게 된다면 유년기에 정지된 마법이 풀리듯 우리 얼굴은 모두 침팬지처럼 변화할 것이다.

아기 얼굴에서 유태성숙의 특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큰 눈, 편평한 얼굴, 동그란 머리 모양 등이다. 따라서 동안(童顔)의 특징을 가진 아시아인들은 유럽인보다 유태성숙적이다. 이점도 있다. 뇌의 성숙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가진다는 점이다.

유태성숙이 인류 진화의 중심이 된 것은 동안 특징을 지닌 여성들이 성적으로 선별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슷한 이유로 디즈니 만화의 미키마우스 눈 크기도 처음 제작됐을 때보다 현재 7~8% 정도 커졌는데, 이는 사람들이 큰 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개도 유태성숙과 관련이 있다. 애완견의 진화는 19세기 인위적으로 사람들에 의해 진행됐다. 100년이란 짧은 기간에 엄청난 속도로 새로운 종이 출현했다. 사람에 의해 선택됐기 때문에 유아기의 특성이 선택된 것이다.

21세기에 인간은 자신의 게놈 DNA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인류 진화의 핵심인 유태성숙의 비밀을 밝힐 수 있다. 동양인의 동안 유전자를 찾아낸다면 발생 속도 조절의 비밀을 알 수 있다. 나아가 동안 유전자가 노화 관련 유전자와 연관된다면 젊음을 찾아주는 회춘 유전자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