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A씨는 전세를 끼고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취득했다. 부족한 돈을 부모로부터 받았지만 증여세는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A씨에게서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하는 한편 해당 주택의 전세 보증금을 ‘부채 사후관리’ 대상으로 분류했다. 추후 자력으로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는지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고가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고액 전세를 얻었지만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젊은 층 등 총 361명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 최근 부동산을 거래한 사람 중 탈루 혐의자에 대해 집중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고가 아파트를 취득·임차한 사람 중 부모 등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188명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고가 주택 취득자 101명, 고액 전세입자 51명, 임대법인·부동산업 법인 36명 등이다.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작년 말 합동조사를 벌인 뒤 국세청에 통보한 세금 탈루 혐의자 173명도 이번 집중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조사 대상자 중에선 30대가 207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40대(62명), 20대 이하(33명), 50대 이상(23명) 순이었다.

국세청은 탈세 혐의자들이 “부모 등에게서 빌렸다”고 소명하더라도 실질 증여가 아닌지 꼼꼼하게 따지는 한편 추후 부채 상환 과정을 철저히 관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부채 사후관리 점검 횟수를 종전 연 1회에서 2회로 늘리기로 했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필요할 경우 부모 증여자금의 조성 경위까지 따져보고, 사업자금이 일부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면 해당 사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