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짜왕'도 가볍고 깔끔하게…신라면과 함께 '건면 전성시대' 연다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린 라면인 ‘건면’ 시장이 커지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2월 신라면건면을 출시해 시장을 키운 주역이다. 작년 말엔 후속 제품으로 짜왕건면을 내놓고 마니아층 겨냥에 나섰다. 농심은 건면이 라면시장에서 확고한 영역을 다져가고 있다고 판단해 올해 더 많은 제품을 건면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건면의 새 지평 연 ‘신라면건면’

농심이 지난해 2월 출시한 신라면건면은 한 해 동안 라면시장에 쏟아진 80여 개 라면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1년간 누적 판매량은 6500만 개로 단기간에 라면시장 히트 신제품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신라면건면은 라면시장 전체에서 연간 매출 순위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라면건면이 사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맛’이다. 농심의 소비자 조사 결과 ‘특유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신라면건면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신라면건면은 기존 신라면의 국물 맛은 그대로 살리고 튀기지 않은 면을 사용했다. 출시 초반에는 칼로리가 낮다는 특징 때문에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여성이 주로 찾았다. 이후에는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40~50대 소비자도 즐겨 먹고 있다.

신라면건면은 그동안 라면을 잘 찾지 않던 소비자까지 라면시장으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건면의 영역을 확고히 다져 견면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든든한 아우 ‘짜왕건면’

건면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농심이 내놓은 후속작이 ‘짜왕건면’이다. 프리미엄 짜장라면의 대명사 짜왕을 한층 깔끔하고 맛있게 만들어 선보였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면으로 기존 짜왕에 비해 칼로리를 낮추고, 면과 소스의 맛은 살렸다. 출시 후 50일간 600만 봉 이상 팔렸다.

짜왕건면은 건면의 특징을 활용해 짜장면의 맛에 한층 가까워진 제품이다. 건면은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리기 때문에 유탕면에 비해 표면이 매끄럽고 면의 밀도가 높다. 갓 만들어낸 생면과 가까운 식감을 낼 수 있다는 게 농심 측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수타 짜장면 맛집을 찾아다닐 정도로 면이 중요하다”며 “건면으로 중국요리점의 짜장면과 같은 면 식감을 구현해 차별화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농심 짜왕건면의 핵심은 ‘볶음짜장소스’다. 농심 연구원들은 전국 유명 짜장면집을 돌아다니며 모든 짜장면 메뉴를 주문해 먹어보는 과정을 거쳤다. 스프 연구원들의 미각이 총동원된 이 소스는 중국요리점에서 춘장과 각종 채소를 기름에 볶아 짜장소스를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로 개발했다. 간짜장 특유의 맛과 향을 살린 게 특징이다. 농심 관계자는 “기존 짜왕의 프리미엄 소스에 건면 기술력이 더해져 간짜장과 같은 맛을 낸다”며 “짜거나 느끼하지 않으면서 짜장의 맛을 살린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건면의 원조는 ‘멸치칼국수’

건면 제품군은 오래전 출시됐다. 농심은 1970년대부터 건면 기술력을 쌓아왔다. 신라면건면과 짜왕건면이 건면 대중화를 선도한 제품이라면 라면시장에 건면 시장을 연 제품은 1997년 출시된 멸치칼국수다. 농심 멸치칼국수는 특유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내세워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농심은 웰빙 트렌드 확산으로 건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7년 건면 전용 생산시설인 부산 녹산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최첨단 공장에서 둥지냉면, 후루룩국수 등 인기 건면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