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 100년 기업…압도적 1위 꿈
고깃집 등 전통 방식으로 영업
한 번 맛본 소비자들 계속 찾아
테라 수도권 점유율 50~70%대
10년의 위기, 8개월 만에 뒤집어
미국·중국 등 해외 공략 가속화
세계 주류계의 주류 될 것
하이트진로는 매년 수많은 신제품이 쏟아지는 식음료 시장에서 맥주(테라)와 소주(진로)로 ‘대박’을 냈다. 전국 영업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의성 하이트진로 국내영업총괄 전무(61)를 지난 12일 서울 청담동 하이트진로빌딩에서 만났다. 1984년부터 주류업계의 ‘최전방’에서 활약한 그는 “100년 기업의 인적 자원과 기술력, 생산 마케팅 영업 등의 분야에서 하나로 뭉치는 기업 문화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주류 등 소비 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결국 소비자가 진심을 알아준 게 성장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10년의 위기를 테라가 단 8개월 만에 뒤집었습니다.
“지난해 3월 21일 테라를 출시할 때 최고경영진은 ‘필사즉생 필생즉사(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의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생산과 영업, 마케팅 등 모든 임직원의 마음도 모두 똑같았습니다. 하이트맥주가 1993년부터 18년간 1위를 하고 있었고, 참이슬도 시장 1위 제품이기 때문에 ‘1등의 함정’에 빠졌던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작년 3월은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는 시기였습니다. 경쟁사 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했고, 수입맥주 시장도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와인, 중국 술 등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죠. 동시에 단체 회식이 줄고 외식 경기가 나빠지는 등 외부 환경도 악화일로였습니다.”
▷현장에선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주류 영업의 원칙은 명확합니다. 많이 먹어보게 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에는 임원도 노조도 따로 없었습니다. 모두 발벗고 나서서 현장으로 갔습니다. 공장 직원도, 사장과 임원들도 틈만 나면 술집과 고깃집 등을 찾아가 판촉 활동을 했습니다. 주류 영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통 방식대로 사람이 사람 얼굴을 보며 하는 일입니다. 신입사원 사이에선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장에 모든 걸 집중했습니다. 하이트진로가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의 덕도 많이 봤습니다. 전국 1300여 개 도매상도 ‘드디어 하이트진로가 반격을 하는 구나’하며 적극적으로 도와줬죠. 절실한 마음이 통했는지 여름 시즌과 추석, 설 등 주요 성수기를 지나면서 판매량이 확 올랐습니다. 물론 13개 권역, 56개 지점이 좋은 성과를 낸 팀과 직원들에게 ‘통 큰 포상’을 하며 동기부여도 했습니다.”
▷필라이트, 테라, 진로 등 동시에 여러 제품을 파는 게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지난 3년간은 생산직과 영업직, 마케팅 직군이 모두 경계를 허물고 함께 뛰었습니다. 서로 잘잘못을 따지거나 부서 간 칸막이를 두지 않고 수시로 만나고 대화하고, 현장에도 같이 갔습니다. 국내 최초의 발포주였던 필라이트는 2017년 첫 출시 이후 ‘대학교 앞 슈퍼마켓에 무조건 있어야 하는 필수품목’이 됐고, 테라는 제품의 품질과 광고 마케팅 등이 영업과 잘 맞물리며 1위 탈환을 위한 9부 능선까지는 도달한 것 같습니다.”
▷술·담배 등은 기호식품이어서 소비패턴이 잘 안 바뀌는데요.
“포장과 디자인만 앞세운 신제품은 오래 사랑받지 못합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최대 종합주류회사로 주류 제조의 기술력으로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소주, 맥주, 양주, 와인, 수입맥주, 탄산주, 발포주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습니다. 96년간 주류 분야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실험을 해온 게 저력입니다. 실패하더라도 도전만으로도 인정해줄 수 있는 기업 철학 덕에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경쟁사가 아무리 ‘미투제품’을 내놔도 하이트진로의 제품력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12캔에 1만원인 ‘필라이트’에서 한 병에 9만8000원(출고가 기준)인 ‘일품진로’까지 제품이 다양합니다.
“일품진로는 외국인에게도 자신있게 소개할 만한 우리 술을 만들고자 탄생한 제품입니다. 오크통에서 10년 이상 숙성하는 과정 때문에 대량생산은 불가능하지만 그 희소성과 뛰어난 맛으로 단숨에 마니아층이 생겼죠.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는 것은 영업직에는 큰 무기입니다. 어느 곳에서 누굴 만나도 팔 수 있는 제품이 있으니, 그보다 더 큰 축복은 없죠. 한 제품이 잘 팔리면 다른 제품까지 덩달아 잘 팔리는 낙수효과도 있습니다.”
▷올해 과제는 무엇입니까.
“4년 뒤면 하이트진로가 100년 기업이 됩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맥주와 소주 부문에서 전국적으로 압도적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장기 과제는 ‘글로벌 진출’입니다. 최근 몇 년 새 소주의 해외 매출이 늘고 있고, 탄산주 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와 K팝 등 우리 문화산업이 해외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만큼 올해 주류 수출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