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 전파'로 공안서 처벌받아…진상은폐 저항 상징 인물
신종코로나 확진 받고 6일 별세…"돌아가 환자 치료하고 싶다"
신종코로나 첫 경고한 중국 의사 병상서 숨져
중국 우한(武漢)에서 퍼지고 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다가 당국에 끌려가 처벌을 받았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숨졌다.

향년 34세.
7일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우한시중심병원 의사 리원량은 6일 저녁 9시 30분께(현지시간) 병원에서 폐렴 증세로 숨을 거뒀다.

그는 환자를 돌보다가 지난달 10일께부터 기침과 발열 등 증세를 보여 입원했다.

최근 폐렴으로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리원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초기 이 사실을 은폐·축소하려던 중국 당국의 어두운 모습을 드러낸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작년 12월 30일 사스 확진 환자 7명이 발생했다는 병원 문건을 얻게 됐다.

리원량은 그날 동창인 의사 7명이 같이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에서 사스 확진 환자들이 발생했다는 글을 올렸고, 이후 이 사실은 인터넷에 급속히 전파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공안은 리원량과 다른 의사 친구들을 데리고 가 이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 질서를 해쳤다면서 '훈계서'를 받았다.

훈계서는 조사자가 위법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 정부의 부실했던 초기 대응에 관한 비판이 커진 가운데 중국에서는 새로운 질병을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리원량의 재평가 요구가 높았다.

대중들은 그를 의로운 '내부 고발자'로 높이 평가했다.

환자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된 리원량은 병상에서도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경고하고자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초기 마스크 등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환자를 돌보다가 감염됐다.

그는 최근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빨리 회복돼 다시 환자를 돌보고 싶다는 뜻을 강력히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병세 악화로 그는 동료 의사인 아내와 5살 된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많은 중국인은 리원량의 사망 소식에 깊은 슬픔을 표시하고 있다.

'寸草心'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이번 질병 발생 이후 나를 가장 슬프게 만드는 소식"이라며 "매일 (희생자) 숫자를 보고도 둔감해졌는데 지금은 너무나 괴롭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