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디모인 47번 선거구 코커스 가보니…바이든 15% 기준도 못넘어
1차 투표서 샌더스가 107표로 최고 득표…2차 투표서 워런 승리로 뒤집혀
[르포] "368명 모였는데 바이든 지지 22명뿐" 초라한 성적에 현장 술렁
3일(현지시간) 오후 6시30분께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 시내 웰스파고아레나에 옷깃을 단단히 여민 민주당원들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미국 전역에서 처음으로 치러지는 대선 경선이 오후 7시부터 예정됐기 때문이다.

아이오와주 내 1천678개 기초선거구 중 '디모인 47번 선거구'로, 당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직접 지지 후보를 밝히는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것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추위가 만만치 않았지만 다들 표정이 밝았다.

앞으로 몇시간 동안 앉지도 못하고 서 있어야 했지만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오후 7시가 됐지만 곧바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지지자들이 무리 지어 서서 간간이 구호를 외치며 시작을 기다렸다.

오후 7시 40분이 되자 진행담당자가 '디모인 47번 기초선거구'라고 선포한 뒤 머릿수를 세기 시작했다.

모두 손을 들게 한 뒤 한 명씩 손을 내리며 숫자를 세게 하고 25명씩 끊는 방식이었다.

'머릿수 세다 밤을 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6번까지 세더니 헷갈린다고 처음부터 다시 세기 시작했다.

[르포] "368명 모였는데 바이든 지지 22명뿐" 초라한 성적에 현장 술렁
불만이 터져 나올 법도 한데 다들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며 잘 협조하는 모습이었다.

진행자가 100명까지 셌다고 외치자 환호가 터졌고 200명, 300명이 될 때마다 다들 즐거워했다.

오후 8시 10분이 되자 368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30분만에 비교적 빨리 참여자 규모가 파악된 것이다.

모인 숫자가 368명이니 15%를 넘으려면 56명이 필요하다고 진행자가 큰소리로 알렸다.

코커스 규정상 1차로 선택한 후보가 15%를 넘지 못하면 다른 후보를 택해야 한다.

10분간 사람들이 헤쳐모였다.

벽면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의 이름이 적혀 있어서 그 이름 아래로 사람들이 모였다.

몇 분 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의 이름이 붙은 쪽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공식적으로 숫자를 세기 전에 자기들끼리 세어보고는 56명을 넘는 71명이 나오자 함성을 지른 것이다.

곧 공식 카운트가 시작됐다.

기업인 앤드루 양 후보 쪽에 24명만 모여 15%를 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충격적 소식은 곧바로 이어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 쪽에 선 당원이 양 후보보다 적은 22명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도시 쪽 당원들의 진보 성향이 더 강하고 47번 선거구가 1천600여 기초선거구 중 한 곳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15%를 넘기는 커녕 하위권에 머무는 초라한 성적에 잠시 현장이 술렁였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마저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많은 26명을 확보했다.

10명도 되지 않는 군소 후보를 제외하고는 샌더스 의원과 워런 의원만 남은 상황이었다.

샌더스 의원 쪽 당원들에 대한 카운트부터 시작됐다.

큰 목소리로 하나씩 숫자를 세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지다 숫자가 100을 넘어가자 환호가 터졌고 최종 107명으로 집계됐다.

워런 의원 역시 104명을 끌어모으며 샌더스 의원 못지 않은 득표수를 보였다.

15%를 넘지 못한 후보를 지지한 당원들이 새로운 후보를 택해야 하는 2차 투표는 오후 9시가 다 돼서야 시작됐다.

1차에서 지지 후보가 15%를 넘지 못한 당원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2차 투표 결과 워런 의원이 131명을 끌어모아 1등에 올라섰고 샌더스 의원이 113명으로 뒤를 이으며 1차 투표의 결과가 뒤집혔다.

부티지지 전 시장 측도 107명을 확보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47번 선거구가 아이오와 민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의 득표율이 15%도 안 될 수 있다는 예상은 많지 않아 1차 투표 결과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일일이 머릿수를 세고 득표 결과를 손으로 적어가며 더디게 진행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지만 3시간 가까이 서 있으면서 짜증 섞인 불평 한마디 없이 코커스에 임하는 당원들의 태도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어찌 보면 비효율적일 수도 있는 코커스라는 방식을 미국 시민들이 민심 표출의 축제처럼 소화한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