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스님 등 9명, 한파속 비닐하우스서 석 달…독특한 수행방식 이목
'위반 건축물'·각종 민원에 취지 퇴색…"전국 수행자들 관심서 밀려나" 비판도
첫 '천막수행' 상월선원 무엇을 남겼나…엇갈리는 시선
8일 전국 선원에서 석 달간의 동안거(冬安居)가 일제히 해제되는 가운데 첫 천막 수행으로 관심을 모은 상월선원을 두고 종단 안팎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4일 대한불교조계종 등에 따르면 경기 위례신도시에 임시 가건물 형태로 마련된 상월선원에서는 전임 총무원장 자승스님 등 아홉 스님이 작년 11월 11일 입재(入齋)식을 봉행하고 동안거에 들어갔다.

보통 안거는 사찰 제일 안쪽에 있는 고요한 선방이나 수행자들이 정진에 집중하는 선원 등지에서 진행한다.

상월선원처럼 겨울철 야외에서 '노숙 수행'을 하는 일은 동안거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들 스님은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텐트 9동에서 각자 자리를 잡고 혹한의 날씨 속에 수행을 이어왔다고 한다.

새벽 예불로 일과를 시작하고 텐트 앞에 놓인 방석에서 하루 14시간씩 묵언 수행을 하다 밤이면 취침에 들어가는 식이다.

하루 한 번 하는 식사는 오전 11시께 인근 사찰에서 만들어 들여오는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비닐하우스 출입문이 굳게 잠긴 탓에 외부인과 접촉도 금지됐다.

화장실은 하우스 내부 공용화장실로 대신했고, 목욕이나 간단한 샤워는 허락되지 않았다고 한다.

양치질과 세면 정도가 가능했을 뿐이다.

이렇다 보니 스님 9명 모두 두발을 기르고, 수염도 더부룩한 상태로 지냈을 것으로 추측된다.

스님 9명이 상월선원에서 동안거에 들어간 뒤로 반입된 물건도 거의 없다.

한때 추위를 걱정해 발열 조끼가 들어갔으나 다시 밖으로 반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가 지면 영하로 한참 떨어지는 추위에 스님들의 건강이 상하지는 않을지 우려가 컸지만, 다행히 의료진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없었다.

첫 '천막수행' 상월선원 무엇을 남겼나…엇갈리는 시선
상월선원은 이같이 기존 수행 문화와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동안거 내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전국 각 사찰에서 스님들과 불자들이 몰려와 법회에 참여하는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 방문이 잇따랐다.

교계 언론은 상월선원에서 이어지는 동안거를 집중 보도했다.

조계종 기관지로 여겨지는 불교신문은 동안거 입재 당일 "한국 불교의 새 역사를 쓴다"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불교가 최근 여러 일로 명예가 저하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문제를 수행문화로 극복하고자 상월선원이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00일 가까운 상월선원 동안거를 놓고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상월선원 자체가 지자체 허가를 받지 않은 위반 건축물이라는 신고가 지속해서 제기됐음에도 선원 운영 주체인 봉은사는 물론 종단 자체적으로 별다른 해소책을 내놓지 못했다.

주말 이곳을 찾는 차량과 인파가 몰리면서 관련 지자체에는 적지 않은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상월선원 법회와 함께 대중가요 공연이 열려 독특함을 넘어 기존 수행문화와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이번 동안거 기간 상월선원에만 온통 관심이 집중되며 전국에서 함께 안거한 2천명 수행자가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민주연합노조 대한불교조계종 지부는 최근 성명에서 "이 순간에도 제방에서 수행과 전법에 전념하는 수많은 스님과 종도가 종단을 지켜보고 있다"며 "많은 사찰과 신도가 종단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종단이 본래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자성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일감스님은 "비판 목소리를 잘 수용하겠다"며 "앞으로도 수행문화와 관련해서는 꼭 이렇게 변화를 가져간다기보다는 좀 더 관심을 갖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 대중과 함께하겠다.

더 많이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된 거 같다"고 답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