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다섯 번째, 일곱 번째 환자가 입원 중인 서울의료원 출입구 앞에서 의료진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다섯 번째, 일곱 번째 환자가 입원 중인 서울의료원 출입구 앞에서 의료진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지역사회 확산 첫 단계로 판단하는 3차 감염자가 나왔다. 서울 강남과 경기 일산 등을 오갔던 3번 환자(54·남)와 함께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뒤 2차 감염된 6번 환자(55·남)의 가족이다. 중국을 다녀온 뒤 감염된 5번 환자(33·남)의 지인도 2차 감염 환자로 추가됐다. 이들의 감염 경로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데다 국내 추가 전파자가 늘어 역학조사 업무가 폭증하면서 스스로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역 사회를 다니는 환자가 늘어날 위험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방역망이 사실상 뚫렸다”며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루 만에 환자 5명 추가

질병관리본부는 31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5명 추가돼 11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날 새롭게 추가된 7번 환자는 중국 우한에서 칭다오를 거쳐 칭다오항공편(QW9901)으로 지난 23일 오후 10시20분 한국에 입국했다. 26일부터 기침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29일부터 37.7도 이상의 발열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심해졌다. 환자가 직접 보건소로 신고해 의심환자로 분류됐고, 30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서울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환자 접촉자 두 명은 자가격리 상태다.

8번 환자는 7번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23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62세 여성 한국인이다. 31일 오후 8번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원광대병원에 격리돼 치료받고 있다.

우한에서 24일 귀국한 뒤 30일 확진 판정을 받은 5번 환자(33·남)의 지인도 9번 환자로 확진됐다. 국내 두 번째 2차 감염 사례다. 5번 환자는 우한에서 창사를 거쳐 24일 오전 5시 아시아나항공편(OZ322)으로 입국했고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귀국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지만 26일 오후부터 몸살 기운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가족 등 접촉자 10명이 확인돼 자가격리 후 조사하던 중 이 환자의 지인 한 명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로 확진했다. 10·11번 확진 환자는 6번 환자의 부인과 아들이다. 6번 환자 접촉자 8명을 격리해 검사하던 중 추가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국내 첫 3차 감염 환자다. 산소 치료가 진행 중인 4번 환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환자들은 증상이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 강화 검토 목소리도

국내에서 추가 환자가 하루 만에 다섯 명이나 발생하고 3차 감염자까지 등장하면서 4차, 5차 감염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에서 벌어진 유행 상황을 보면 국내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며 “중국보다 작은 규모의 감염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 보고 사항을 토대로 보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지역사회에서 4차 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정부가 접촉자들의 경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병원 내 2차, 3차 감염자가 늘면서 환자가 급격히 불어났다. 끝까지 누구로부터 감염됐는지 추적하지 못한 환자도 발생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이 불안해할 정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현재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가족과 지인들 사이에서 전파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광범위한 전파라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감염원이 전혀 밝혀지지 않은 환자가 나오거나 환자가 좀 더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는 증거가 나타났을 때 위험도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감염자 상당수가 자유롭게 활동한 능동감시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시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상접촉자로 분류돼 능동감시가 시행되고 있던 3번 환자에게서 6번 환자가 감염됐고 또 6번 환자의 가족까지 3차 감염이 번지면서다.

의료계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이번 사태가 여름까지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높아진 만큼 국민 개개인이 위생 수칙 등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윤영호 한국건강학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의료기관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선별하는 시스템이 잘 작동해야 한다”며 “예방수칙 준수를 확인하는 앱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신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지현/전예진 기자 bluesky@hankyung.com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