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이 먼저냐" 볼멘소리…당 지도부 "개인 경쟁력 보겠단 결정"
공천시스템 '세부 설계' 어떻게 작동할지가 관건…현역 '하위 20%' 불출마 움직임 아직 '미미'
여, '시스템 물갈이' 성공할까…대통령 이름 '불허' 반발 움직임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을 위한 공천 심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이른바 '시스템 물갈이'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스템 물갈이'란 민주당에서 강조하는 '공정한 공천'을 표현하는 말 중 하나다.

그동안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라 이미 확립된 체계, 즉 공천룰에 따라 후보를 가리겠다고 강조해왔다.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되는 현역 의원을 쳐내는 '컷오프'(공천배제) 역시 이 체계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현역 의원과 원외 예비후보 등 총선 도전자들 모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공천룰 설계상의 유불리를 놓고 주판알을 굴리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일단 '불출마 압박 수단'으로 평가돼 온 '현역평가 하위 20% 명단 통보' 효과는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당초 당 지도부는 하위 20% 대상에 들면 종합심사·경선 시 20% 감산이라는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출마 단념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지만, 실제 대상자에 대한 통보와 이의 접수가 모두 끝난 30일까지 기존 불출마자 18명 외에 추가 '불출마 선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경협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장은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대상자) 본인이 판단할 문제인데,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이것으로 인한 불출마 선언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이제 불출마를 선언하면 하위 20% 대상자라는 추정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제는 (대상자들이) 경선까지 가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제는 종합심사와 경선 과정에서 물갈이가 유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공천룰을 규정한 특별당규를 보면 물갈이를 유도할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우선 종합심사시 여성·청년에 대해선 10∼25%, 정치신인에 대해선 10∼20%의 가산점을 각각 부여한다.

종합심사를 거쳐 경선이 이뤄질 시에도 여성은 득표수의 25%(전현직 의원 등은 10%), 청년은 10∼25%, 정치신인은 10∼20%가 가산된다.

20% 감산을 받는 현역 의원의 경우 최대 45%를 초과하는 격차를 벌려야 낙천을 면할 수 있는 셈이다.

종합심사의 배점을 통해서도 '현역 컷오프'는 가능하다.

정체성(15%), 기여도(10%), 의정활동 능력(10%), 도덕성(15%), 면접(10%), 공천적합도(당선가능성) 조사(40%)의 점수 배점상 결국 공천관리위원회의 '판단'이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천규칙상 종합심사 점수 격차가 30점 이상이거나 공천적합도 조사 격차가 20% 이상일 때는 경선이 아닌 단수공천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공천 심사가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날 공관위가 공천적합도 조사에 사용할 후보들의 직함에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뺀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다.

앞서 공관위는 전날 최고위의 의견을 일부 존중, 6개월 이상 재직한 청와대 행정관·비서관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전·현직 대통령의 이름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두고 현역 의원보다 인지도가 밀리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등의 직함을 사용해 열세를 만회해 보고자 했던 예비후보들은 '현역 기득권'에 의한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위 결정은 유권자의 선택 권리에 반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현역이 먼저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현역 의원들로 구성된 지도부가 자신들을 견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당이 그동안 강조한 '역대급 세대교체'나 '미래비전 제시'와는 동떨어지는 공천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당 지도부는 공정한 경선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개인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통령 이름의 덕만 보려는 후보들을 가리기 위한 결정"이라며 "어떤 쪽으로 결론을 내든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안이고, 선악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인 평가 과정에서 현역이든 원외든 경쟁력 있는 후보가 걸러질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