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시크릿 모기업 CEO, 퇴진 논의…브랜드 매각도
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의 모기업 L브랜즈 최고경영자(CEO)인 레슬리 웩스너(82)가 57년간 몸담았던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방안과 빅토리아시크릿 매각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29일(현지시간) 소식통에 따르면 L브랜즈는 사모펀드 업체 시커모어 파트너스와 빅토리아시크릿의 전체 혹은 부분 매각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토리아시크릿은 매년 약 70억 달러(약 8조2천73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미국 속옷 시장의 명실상부한 강자로 군림해왔으나 최근 수년간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오프라인 쇼핑몰 위주의 판매 전략 등으로 매출이 악화했다.

지난해에는 시청자 수 감소로 20년 가까이 진행한 속옷 패션쇼 TV 중계를 중단했고 10월엔 빅토리아시크릿 본사 직원의 약 15%를 감원했다.

이번에 웩스너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편입된 기업 중 최장수 CEO 타이틀도 함께 내려놓는 것이다.

웩스너는 1963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작은 매장에서 사업을 시작해 의류업체 아베크롬비앤드피치를 설립하고 빅토리아시크릿과 바디케어 브랜드 배스앤바디웍스 등을 거느린 세계적인 소매업체 L브랜즈를 일궈냈다.

하지만 L브랜즈 시가총액은 2015년 290억 달러(34조2천809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줄기 시작해 최근에는 60억 달러(7조926억원)를 밑돌고 있다.

웩스너는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으로 미국 정계에 파문을 일으킨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엡스타인은 웩스너 재단의 이사로, 웩스너의 자산을 20년 가까이 관리해오면서 빅토리아시크릿 모델 기용 문제에도 관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엡스타인은 지난해 8월 수감 중이던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웩스너의 사임 및 빅토리아시크릿 매각 계획에 대한 보도 이후 뉴욕증시에서 L브랜즈 주가는 13% 가까이 상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