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유통·호텔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평소 중국인들로 북적이는 일부 면세점과 쇼핑몰 등의 방문객은 큰 폭으로 줄었다. 28일 오전 찾은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는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이 드문드문 있을 뿐 일반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 면세점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중국 춘제 연휴)와 비교하면 손님이 30~40%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춘제 연휴 특수를 찾아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는 “중국인뿐 아니라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 관광객도 최근 며칠간 크게 감소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전염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면세점 내 판매 사원들은 전부 마스크를 쓰고 근무 중이다. 피부와 접촉하는 화장품은 면봉 또는 솜뭉치에 묻혀 시제품을 쓸 수 있게 했고, 시계에는 비닐 랩을 씌워 놓았다. 화장실, 엘리베이터, 계단 등 매장 곳곳에선 방역이 이뤄졌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주요 면세점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직원들 출입구에는 발열 감시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다. 꼭 필요한 영업 활동 이외의 출장 및 외부 미팅은 취소하라는 권고도 내렸다.

주요 호텔에는 예약 취소 문의가 줄을 잇는다. 서울 잠실의 한 호텔은 연휴 기간 객실 예약 취소 건수가 50실에 달했다. 평소 하루 4~5건 취소 요청이 들어왔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카지노 방문 목적의 중국인 단체 손님들이 줄줄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일부 호텔은 중국인이 예약을 취소하면 수수료 전액을 돌려주고 있다.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는 중국인에 한해 다음달 8일까지 예약 변경을 무료로 해준다고 밝혔다. 이 기간 취소 수수료도 전액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 밖에 용산 아이파크몰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쇼핑몰 방문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불안감에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 24~27일 KF94(평균 0.4㎛ 크기의 미세먼지 입자를 94% 차단) 마스크 판매가 전주 대비 3213% 급증했다고 밝혔다. 손 소독제 판매도 같은 기간 837% 늘었다.

안재광/오현우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