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빌려준 '관세음보살'…서울 중구청 직원이 행한 작은 기적
공무원이 선뜻 빌려준 5만원이 극한 상황에 처한 이의 삶을 바꾸는 기적을 일으켰다.

26일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약수동 주민센터 정은이 주무관은 관내 1인 가구 실태조사를 하던 지난해 10월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조사 대상자 중 연락이 통 닿지 않던 A씨였다.

A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다짜고짜 "요금 미납으로 휴대전화가 정지돼 전화기를 빌려서 걸었다"며 "지금 당장 5만원이 없어서 휴대전화를 쓸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 주무관은 그 자리에서 "급한 일부터 해결하시라"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만원을 A씨에게 보내줬다.

며칠 뒤 5만원을 들고 주민센터를 찾아온 A씨의 사정은 딱했다.

이혼 후 30여년간 식당과 안마시술소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오다가 최근 실직했고 30만원인 월세는 8개월째 밀린 상태였다.

수입이 없어 라면으로 근근이 끼니를 때우다가 극단적인 시도도 두 차례 했다고 털어놨다.

사연을 들은 주민센터 직원들이 나섰다.

다행히 A씨는 기초수급대상에 해당해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중구청 사회복지과는 일자리를 알아봐 줬고 A씨는 지난달 16일부터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 업무를 맡을 수 있었다.

그 덕에 이달 말부터는 월급 120만원을 받는다.

구는 앞으로 A씨가 월세를 아낄 수 있도록 다른 주택을 물색해 줄 방침이다.

A씨는 "아무 의심 없이 5만원을 선뜻 내줘서 감사드린다.

덕분에 희망을 가지게 됐다.

살아있는 부처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선행의 주인공 정 주무관은 "A씨가 희망을 갖고 새 삶을 살게 돼 기쁘다.

5만원이 이렇게 큰 보람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고 뿌듯해했다.

구는 최근 정 주무관의 행동을 민원행정 최우수 사례로 선정해 시상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어려운 이웃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더 지원할 것이 없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다짐했다.

사용 정지가 풀린 A씨의 휴대전화에는 정 주무관의 이름이 '관세음보살님'으로 저장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