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W, 연례보고서 발간…"北, 세계에서 가장 억압받는 나라"
"한국 정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정책 명확히 안 밝혀"
일본의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일화도 소개
국제인권단체, 韓 성차별·中 인권탄압·日 사법제도 비판(종합)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HRW)가 14일(현지시간) 발간한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의 성차별, 중국의 인권탄압, 일본의 사법제도의 문제점 등을 조명했다.

HRW는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2018년 말부터 2019년 11월 사이 발생한 인권 이슈를 중심으로 각국의 인권 실태를 살펴본 연례 보고서를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 "한국, 소수자 차별 심각"…안태근·안희정·정준영 언급
HRW는 한국에서 여성, 성 소수자, 난민과 이민자 등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이 심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여성 차별이 만연한 상태"라며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 강하며 정부가 오히려 이런 편견을 강화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 관리직 비중이 작고,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안태근 전 검사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가수 정준영 등 사회 고위층 또는 유명 인사가 저지른 성범죄 의혹도 소개됐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헌법 불합치로 결정한 점, 국회가 낙태죄 폐지법안 공론화 작업에 들어갔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봤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가운데, 북한의 인권정책을 바라보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이번 보고서에 담겼다.

한국 정부가 작년 11월 북한 어민 2명을 살인죄로 처벌받게 하기 위해 북한으로 강제 송환시켰다고도 언급했다.

◇ "중국, 세계 인권의 실질적 위협"…홍콩·위구르 인권탄압
미국에 본부를 둔 HRW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을 '세계 인권의 실질적인 위협'으로 꼽았다.

특히 중국 신장(新疆)웨이우얼 지역 수용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구르족 등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 탄압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HRW는 아울러 홍콩에서 친(親)중국 성향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자국 시위대에게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한 점과 집회를 방해한 점 등도 문제 삼았다.

케네스 로스 HRW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홍콩 입경을 거부하도록 만든 중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로스 총장은 애초 홍콩에서 HRW 연례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중국의 제재로 무산됐다.

그는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누구도 중국의 검열을 벗어날 수 없다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라고 말했다.

◇ "일본 소녀상 전시 중단, 인질 사법제도 소개"
HRW는 일본의 인권실태를 다루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 섹션에서 지난해 8월 일본 최대 국제 예술제가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중단한 일화를 소개했다.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에서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주최 측은 협박 등을 이유로 소녀상 전시를 막았다가 폐막 직전 며칠간 전시했다.

HRW는 해당 조각상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 강제로 노동해야 했던 '위안부'를 상징한다"며 한국과 일본이 이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일본에서 재판을 기다리다가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주목을 받은 "인질" 사법체계도 언급됐다.

HRW는 일본 당국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를 보석 없이 기소 전 최대 23일간 구금할 수 있고, 심문 중에는 변호사를 동행할 수 없다고 소개했다.

◇ "북한, 세계에서 가장 억압받는 나라"
HRW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형, 임의적 처벌, 구금, 강제노역을 이용해 주민들을 절대 복종시키고 있다"며 북한을 "가장 억압적인 국가"로 묘사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접촉하거나, 해외로 이동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탈북을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남한으로 탈북하는 이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HRW는 북한이 "어떠한 반대도 용납하지도 않는다"며 독립적인 언론, 시민사회, 노동조합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인간의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으며, 나라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주민들이 무급 강제노동에 동원된다는 설명도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