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악의 대립 관계에 있는 미국과 이란 간 대화를 중재할 용의가 있다고 러시아 외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이란이 자제력을 보이고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길 촉구한다"면서 "많은 이들이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접촉을 지원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양측(미-이란)이 실질적 관심이 있다면 우리도(러시아도) 도움을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는 그러면서도 미국-이란 관계에 간섭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간섭이라는 말이 어떤 물리적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러시아는 미-이란 관계에 간섭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페르시아만과 더 넓은 지역에서 신뢰 강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것은 모두의 이익"이라면서 "특히 페르시아만과 그 주변 지역에서 집단 안보 체제를 구축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은 바로 이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브로프는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벌여온 불법적 행동의 정점이 이란 쿠드스군(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살해였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모든 국제법과 인도주의적 틀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이란 간 대치는 한때 양측의 직접적 무력 충돌 위기로까지 고조됐었으며,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 테헤란 인근에서 격추되는 사고로 이어졌다.
이란 혁명 수비대는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자국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폭사 당하자 8일 새벽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보복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이 보복 공격이 있은 지 수 시간 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가기위해 테헤란 국제공항을 출발했던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테헤란 외곽에서 추락해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후 사고기는 여객기를 미국의 순항미사일로 오인한 이란군의 요격 미사일 공격으로 격추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는 미국이 서방과 이란 간 핵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이 미-이란 간 긴장과 중동 지역 위기 고조의 촉발제가 됐다는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