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학교서 학생 수업 선택권 확대…인력 확충·교사역량 제고는 숙제
지난해 102개 고교에서 고교학점제 실험…"학생중심문화 확산"
지난해 서울 관악구 당곡고등학교에 다닌 2∼3학년 학생들은 수업의 40%를 대학생처럼 직접 선택해 수강했다.

담임교사와 진로상담교사·진로 코디네이터가 학생에게 맞춤형 진로 상담을 했고, 학생들은 자신이 설계한 진로에 맞는 선택 과목을 들었다.

당곡고는 소프트웨어(SW) 관련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해 전용 컴퓨터실을 2곳 만들고 숭실대학교·한국학교로봇교육진흥원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SW 교육을 강화했다.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마차고등학교는 학생이 35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이지만,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이웃 주천고등학교와 함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 과목을 제공했다.

매주 금요일 1∼6교시에 진행된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두 학교 학생들은 일본어, 중국어, 심리학, 교육학, 논리학, 바리스타, 간호, 드로잉 등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 학교들을 포함해 지난해 전국 102개 학교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서 이런 수업 혁신 성과를 냈다.

고교학점제란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적성과 진로에 맞게 수업을 골라 듣는 제도다.

교육부가 지원한 연구학교 외에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운영 지원한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도 지난해 252개교가 있었다.

교육 당국은 올해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는 128개교, 선도학교는 600개교로 확대해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에서 '학생 중심 문화'가 확산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국어·영어·수학 등 교과과목 외에 제2외국어나 심화 과목, 교양 과목 등 다양한 과목이 개설돼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에서는 일반 고등학교와 비교해 학생이 선택하는 수업은 19.6%, 전문교과Ⅰ(심화 과목) 수업은 37.3% 많았다.
지난해 102개 고교에서 고교학점제 실험…"학생중심문화 확산"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에서는 교과 융합 수업, 과정중심평가, 학습공동체 등 수업과 평가 방식의 변화도 활발했다.

접이식 문을 설치한 가변형 교실, 학생 자율활동 및 휴식을 위한 공간 등 학교 환경이 고교학점제 시대에 맞게 변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학교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 정착을 위해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단위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설계·기획할 수 있도록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교사 역량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교사·강사 수급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에 대해 지역 격차를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달라는 요구도 많았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원들과 연계해 교육과정 설계 전문가 양성 과정을 도입할 예정이며, 농산어촌 학교에 대한 인프라 구축 지원 및 지방자치단체 연계 협력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올해 마이스터고등학교에 전면 도입되며, 전체 일반고등학교에는 2025년에 도입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올해 하반기 발표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13∼14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동계워크숍 및 성과발표회를 진행한다.

연구학교 교원 등 300여명이 참석해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올해 운영 방향을 논의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