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무혐의' 판단 시 수사종결…검찰 수사지휘 폐지·직접수사 제한
경찰 "이중조사 감소로 국민 불편 줄어" vs 검찰 "경찰 수사 오류 시정 불가능"
국회 처리 앞둔 수사권 조정안…검경 '상하→수평관계' 도입되나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함께 검찰개혁과 관련한 양대 중추 법안으로 꼽힌다.

경찰과 검찰 간 역할 조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이 법안은 수사기관뿐 아니라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직간접으로 경험하게 되는 형사 절차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과 경찰 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사건 처분 권한과 이의 제기 절차 등을 새롭게 규정하는 만큼 국민 기본권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 검찰의 수사지휘 폐지…1사 수사종결권도 경찰에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되고 경찰은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받게 된다.

현행법은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검사가 사건을 종결(기소·불기소)하도록 해왔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 사건만 검사에게 송치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은 자체 종결할 수 있다.

대신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시 고소·고발인과 피해자 등에게 이의 제기권을 부여한다.

사건 당사자들로부터 이의가 제기될 경우, 경찰은 검사에게 즉각 사건을 넘겨야 한다.

또한 사실상 제한이 없었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제한된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한정했다.

◇ 경찰 사건 종결로 연 56만명 불안정 지위 조기 해소
경찰은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될 경우 억울하게 형사 사건에 연루된 국민이 조속히 누명을 벗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보냈는데, 앞으로는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사건은 검찰에 송치 없이 종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 종결 이후 90일간 사건을 검토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 단계에서 1차적으로 수사 종결이 이뤄지면 연간 약 56만명에 이르는 사건 관계인의 불안정한 지위가 조기에 해소될 것이라는 게 경찰의 기대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3년 평균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 관계인은 약 161만명인데, 이 중에서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람은 약 56만명에 달한다"며 "56만명 가운데 검사가 기소한 사람은 1%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생기면 검찰이 사건을 끝내기 위해 의례적으로 하는 이중 조사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이중 조사에 따른 국민 불편과 경제적 손실도 당연히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범위가 제한되고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 책임 소재가 분명해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경찰과 검찰이 서로 책임을 전가해 국민 인권이 침해당할 소지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경찰 개개인이 수사 개시부터 결과까지 책임을 확실하게 부담하게 돼 보다 합리적인 수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고소·고발 사건이 아닌 경찰이 인지해 수사하는 사건의 경우 경찰 입맛에 따라 사건을 암장(은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인지 사건의 대부분인 98%는 112신고 등 국민 요청에 따라 수사가 시작된다며, 사건 관계인의 이의 제기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직접적인 사건 관계인이 없더라도 검사가 경찰 기록을 검토해 문제가 발견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사건을 암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 경찰 송치 사건 중 40%가 불기소 의견…사법통제 불가능
검찰은 그간 수사지휘가 폐지되더라도 경찰 수사에 대한 실효적 사법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경찰 선에서 마무리되는 사건에 대한 보강 수사 및 오류 시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검사가 보충 수사 없이 불기소 결론에 맞춘 기록 검토만으로는 수사 오류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은 작년 기준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불기소 의견을 낸 비율이 40%가량(2018년 기준 49만건·63만명)에 달했다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수십만건의 사건이 경찰 단계에서 자체 종결될 것으로 예상한다.

경찰의 '혐의없음' 판단을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검증하는 절차가 생략되게 되는 셈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의 경찰의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법률적으로 오판했는지 등을 검토할 수 없어 국민 권익 보호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다른 경우도 다수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올렸지만 검사가 불기소한 사례가 2만2천318명, 반대로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사가 기소한 경우는 3천189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이 불구속기소 의견을 낸 건을 검사가 구속기소한 사례도 61명에 달했다.

부실 수사 우려도 제기된다.

'버닝썬 사건'에서 경찰은 이른바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규근 총경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만 적용해 송치했지만, 검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뇌물수수 혐의로 그를 구속했다.

특히 범죄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로 종결됐을 경우 따로 변호사를 선임해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어야 할 수 있다.

소송 비용 증가도 불가피한 수순이란 게 검찰 주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한번 결정된 처분을 일반 국민이 뒤집기란 쉽지 않을 것이고, 결국 경찰 단계에서부터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구조가 정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뇌물 등 경찰 인지 사건, 환경범죄 등 국민과 사회가 피해자인 사건의 경우에는 이의를 신청할 피해자가 없다는 점도 검찰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다만 검찰은 그간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여러 통로로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밝힌 만큼 법안이 처리돼도 별도의 의견을 내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