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공격에 대해 이라크가 자국 영토에서의 '주권 침해' 행위라고 항의한 가운데 유엔 주재 이란 대사가 상대국 주권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마지드 타크트-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날 이러한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타크트-라반치 대사는 이날 서한에서 이란은 "이라크의 독립성과 주권, 통일성, 영토 보전"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미군 공습으로 이란군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폭사하자 이에 반발한 이란은 8일 새벽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타크트-라반치 대사는 "작전은 정밀했고 군사적 목표물을 겨냥했으므로 해당 구역에서 민간인이나 민간 영역 재산에 대한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서한에서 이란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에 대한 이란의 헌신을 상기하며 긴장 고조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표명했다.
앞서 이라크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이라크는 주권을 위반하는 행위를 반대하고 우리 영토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공격을 규탄한다"고 항의하면서 "무력 충돌의 이해 당사자는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라크 외무부 역시 이란의 이번 미사일 공격은 이라크 주권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긴장 고조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담은 타크트-라반치 대사의 이날 서한은 이란이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살해에 반발해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보복 공격을 감행했지만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란이 외견상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에 대한 역습에 나서며 긴장을 한층 끌어올렸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피해를 키우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절제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CNN 등 외신들은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를 비롯해 미국 측의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자, "미국도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고 밝힘에 따라 양측의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 위기 상황은 일단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