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건전성이 정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핵심 원인으로는 경기 침체로 인한 세금 수입 감소가 꼽힌다. 지난해 1~11월 국세 수입은 276조6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조3000억원 덜 걷혔다. ‘3대 국세’에 속하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수입 부진이 특히 심하다. 작년 11월까지 소득세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1조1000억원 쪼그라든 77조9000억원이었다. 부가가치세도 5000억원 감소했다. 가계 소득 여건이 나빠지고 소비 심리가 위축된 탓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교통세(-1조원), 관세(-1조원) 등 수입도 줄었다. 그나마 법인세 수입이 1조1000억원 늘어난 것이 위안거리다.

세수가 부진한 탓에 2015년 이후 처음 세수 결손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세수 결손은 세금 수입 목표치(세입 예산안)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세수가 줄어드니 재정 적자가 커지는 건 당연한 수순.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작년 1~11월 7조9000억원 적자였다. 정부의 연간 예상치(1조원 흑자)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5조6000억원으로, 역시 정부 연간 예상치(42조3000억원)를 3조원 넘게 웃돌았다.

올해 나라 살림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국세 수입은 작년보다 2조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재정 지출 예산은 42조7000억원(9.1%) 늘린 512조3000억원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총수입보다 31조5000억원을 더 지출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 예산’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채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37.2%에서 올해 39.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 2.0%에서 2.4%로 회복될 것이란 전제로 예산을 짰다. 하지만 민간 경제 활력이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아 경기 회복도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세수 부진이 지금보다 심해지고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도 예상보다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악화를 막으려면 규제 혁신 등을 통해 민간 경제 활력을 살려 세수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재정 확대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