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에 1명뿐인 조형예술 전공교수 3년뒤 퇴임"…학교 측에 대책 요구
"순수예술의 죽음이냐" 전공교수 충원 요구하는 학생들
고려대의 한 학부에 몇 년 뒤면 전공 전임교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학부 재학생들이 학교 측에 '졸업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학생들로 꾸려진 안전졸업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교내에 조형예술 전공 신임 교원을 충원해달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학생들은 '우리는 안전하게 졸업하고 싶다'는 제목의 글에서 "재학생과 앞으로 입학할 후배들을 위해 스스로 안전하게 졸업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디자인조형학부는 산업디자인전공과 조형예술 전공으로 구성돼 있는데, 현재 조형예술 전공 교수는 단 1명인 데다 3년 뒤인 2023년에는 해당 교수마저 정년에 이른다는 게 학생들 설명이다.

학생들은 "이 상태로 2023년이 지난다면 조형예술 전공 학생들에게는 지도교수가 없다"면서 "아직 신임 교수 채용은 불투명한데 교수가 없는 전공을 상상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순수예술의 죽음이냐" 전공교수 충원 요구하는 학생들
학생들은 현재 전공 전임교수가 부족한 상황을 직·간접으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안전졸업위원회의 한 학생은 "산업디자인과 조형예술을 전공하는 학생 비율은 2:1 정도인데 교수는 7:1"이라며 "조형 전공 전임교수는 1명뿐이다 보니 졸업 전시회 관련 수업만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공 특성상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만의 예술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마련인데 학기마다 선생님이 다르다 보니 그간의 작업을 설명하느라 학기 중 한 달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이 결국 '학과 통폐합'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학생들은 "학교본부는 '학부 내의 합의를 모색하라'는 답변을 내놓을 뿐인데, 이런 답변은 결국 학과 통폐합 방향을 가리킨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발돋움할 방법이 겨우 순수예술의 죽음이냐"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시작으로 온·오프라인에서 교수 충원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각 학년 조형예술 전공 학생 대표를 주축으로 학교본부 측과 면담을 진행하는 한편, 학내 구성원뿐 아니라 다른 대학 학생들과도 연대하며 교원 충원 문제를 계속 제기할 계획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 작년 12월부터 공개된 연대 요청 글에는 열흘 만에 약 150명이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내 모임인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도 "디자인조형학부 등록금은 약 491만원으로 학교 내에서 2위로 높지만, 교육환경은 바닥이나 다름없다"며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라는 주장을 담은 대자보를 붙였다.

이에 대해 고려대 측은 "현재 교내 구성원들과 대화하며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