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학생들, 러시아서 최재형 궤적 찾아가는 다큐영화 제작
'연해주 독립운동 대부' 최재형 발자취, 학생들 손에 영화로
"러시아에 갔을 때, 독립운동을 통해 역사를 일궈내신 최재형 선생의 삶이 러시아에 그냥 '남겨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독립운동가들을 진심으로 오랫동안 기억하는 게 저희 세대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
국민대 예술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이지선(22)씨는 동기·선후배 5명과 함께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큐멘터리 영화 '로드멜로디'를 제작했다.

영화는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최재형(1860∼1920) 선생의 독립운동 여정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최 선생은 항일 독립운동과 한인 교육 지원에 헌신하다 1920년 일본군에 체포돼 순국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을 지원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고려인 4세인 바이올리니스트 닐루파르 무히디노바(25)씨가 러시아 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최재형 선생이 활동한 지역을 따라 이동하며 조상들을 추모하는 클래식을 연주하고, 고려인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씨 등은 지난해 8월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있는 최재형기념관에서 열린 최재형 기념비 제막식을 전후해 일주일가량 러시아에 머물며 영화를 촬영했다.

'연해주 독립운동 대부' 최재형 발자취, 학생들 손에 영화로
연출을 맡은 이씨는 6일 "기성 역사 다큐멘터리만큼의 지식은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또래가 생각하는 역사를 사람들에게 대중성 있게 전하고 싶었다"며 "영화를 만들면서 고려인들의 삶에 스며있는 민족애와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주인공 무히디노바 씨는 영화를 찍으면서 우수리스크에 살다가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했던 외할머니의 고초를 많이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고려인 선조분들께 슬프기보다는 즐거운 치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했다고 이 감독은 전했다.

'로드멜로디'는 국민대 학교기업 할(HAL) 엔터테인먼트와 독립운동가 최재형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기획·제작했다.

공모전 선발부터 영화가 나오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다.

주인공 섭외부터 시나리오 집필, 촬영·편집까지 전 과정을 학생들이 책임졌고, 교수진 등은 자문 역할을 했다.

학업까지 병행한 탓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었지만, 이 감독은 고생한 것보다는 첫 영화를 만든 보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우수리스크나 블라디보스토크에 갔을 때 최재형 선생이 살았던 곳이나 박물관을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거나 가볍게 들르기만 하는 게 아쉬웠다"며 "충분히 기억되지 못하고 있는 분들에 대해 사람들이 좀 더 주목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