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향한 비전·자신감 심어준 현대차그룹 정의선의 '소통 신년회'
“새해 아침에 떡국 드셨나요? 전 아침에 떡국, 점심에도 떡국을 먹었습니다. 저녁엔 된장국 끓여 먹었고요.”

약 1000명이 모인 강당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2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신년회에 참석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오른쪽)은 연단에 오르자마자 떡국 얘기를 꺼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행사의 이름부터 바꿨다. 지난해까지는 시무식이라고 불렀지만, 올해부터 신년회로 했다. 그룹 최고위 임원들이 무대 위에 마련된 의자에 앉던 관행도 없앴다. 무대 위 연설대도 치웠다.

정 수석부회장은 일반 직원들 사이에 앉아 있다가 순서가 되자 텅 빈 무대 위로 올라섰다. 떡국 얘기로 분위기를 띄운 뒤 자신이 정장을 입고 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제 복장을 보고 의아해하거나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신년회가 끝나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하는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참석해야 해 넥타이를 하고 왔다”며 “제 목적대로 입은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객석에서는 한 차례 더 웃음이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초부터 정 수석부회장 주도로 자율복장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프레젠테이션을 하듯 신년사를 했다.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과 계획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일부 직원들은 “기업설명회(IR)에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통과 새로운 조직문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저부터 솔선수범해 여러분과 수평적 소통을 확대하고, 개개인의 다양한 개성과 역량이 어우러지는 조직문화가 정착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신년사를 끝낸 뒤 “옆 사람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를 권하는 게 어떻겠나”고 제안했다. 강당에 있던 임직원이 새해 인사를 나눴고 일부는 서로 포옹하기도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