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일본 탈출 미스터리'…감시망 뚫렸나, 도주 묵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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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앞두고 전용기로 돌연 출국
터키 거쳐 친지 있는 레바논 도착
"인권 무시 日선 재판 못 받아"
터키 거쳐 친지 있는 레바논 도착
"인권 무시 日선 재판 못 받아"
도쿄에 사실상 가택연금 중이던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일본을 탈출해 레바논으로 빠져나갔다. 배임 혐의 등을 받아 일본 검찰에 의해 기소된 곤 전 회장은 ‘일본 탈출’에 대해 “일본에선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배경을 밝혔다. 그는 개인 전용기를 타고 일본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일본을 빠져나갔는지, 일본 당국이 출국을 사실상 용인한 것인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카를로스 곤, 허를 찌른 ‘일본 탈출’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30일(현지시간) 곤 전 회장이 일본을 탈출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은 개인 전용기를 타고 터키를 경유해 지난 29일 밤 레바논 공항에 착륙했다.
곤 전 회장은 미국의 홍보담당자를 통해 “지금 레바논에 있다”며 “유죄를 전제로 한 차별이 횡행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부정하는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언론과 접촉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곤 전 회장은 내주께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곤 전 회장이 레바논에 간 것은 그가 레바논 국적을 갖고 있으며 레바논에 가족과 친구가 거주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브라질에서 태어난 곤 전 회장은 프랑스와 레바논, 브라질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레바논과 일본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일본이 곤 전 회장의 신병을 인도받기 위해선 외교 경로를 통해 교섭해야 한다.
2018년 11월 임원 보수 축소 신고 혐의로 구속 수감됐던 곤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도쿄 자택에서 머물고 있었다. 해외 도항(渡航)을 금지하고 일본 내 신고된 주소지에 거주하며 곤 전 회장의 여권은 변호인이 보관하는 조건으로 보석이 결정됐다.
곤 전 회장의 탈출에 일본 당국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도쿄지방법원은 “(곤 전 회장의) 해외로 출국을 금지한 보석 조건은 변경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일본 검찰 관계자들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곤 전 회장의 변호인인 히로나가 준이치로 변호사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언급했다.
곤 전 회장이 국외 탈출을 결심한 이유는 그에게 제기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장 징역 15년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는 91억엔(약 969억원)의 소득을 축소 신고한 혐의,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특수배임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곤 전 회장은 닛산자동차의 일본인 경영자들이 르노와 닛산 간 경영 통합에 반대해 자신을 축출하기 위해 계획했고,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공모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출국 금지’ 뚫었나, 뚫려줬나
일본 당국으로부터 출국 금지를 당한 곤 전 회장의 탈출 과정에 각종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내에선 곤 전 회장이 ‘다른 이름’의 여권을 사용해 출국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출입국 관계기관에 따르면 곤 전 회장 이름으로 출국한 기록이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단 출국’으로 굳어지는 분위기긴 하지만 일본 정부·사법당국이 과연 곤 전 회장의 출국을 몰랐을지는 의문이다. 평소 곤 전 회장은 일본 경찰과 검찰, 닛산자동차가 고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설탐정 등 3중으로 밀착 감시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가명을 사용했더라도 일본 출입국 관리 단계에서 곤 전 회장 같은 ‘거물급 유명인사’의 출국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 곤 전 회장의 출국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외무성 간부는 일본 언론에 “원래는 출국해선 안 되는 상황이며 사전에 알았다면 법 집행기관에 통보했어야 할 이야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본 당국이 곤 전 회장을 체포하고 기소하긴 했지만 프랑스와의 외교 관계도 있어 연말 느슨한 사회 분위기를 틈타 출국을 사실상 묵인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개인 전용기를 통하더라도 세관과 출입국 관리, 검역 검사 등을 모두 받아야 하는데 정상적인 출국 심사 과정을 거친다면 ‘탈출’이 체크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레바논 유력 방송사인 MTV는 곤 전 회장이 악기 상자에 숨어 일본 지방공항을 통해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정연일 기자 kimdw@hankyung.com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30일(현지시간) 곤 전 회장이 일본을 탈출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은 개인 전용기를 타고 터키를 경유해 지난 29일 밤 레바논 공항에 착륙했다.
곤 전 회장은 미국의 홍보담당자를 통해 “지금 레바논에 있다”며 “유죄를 전제로 한 차별이 횡행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부정하는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언론과 접촉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곤 전 회장은 내주께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곤 전 회장이 레바논에 간 것은 그가 레바논 국적을 갖고 있으며 레바논에 가족과 친구가 거주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브라질에서 태어난 곤 전 회장은 프랑스와 레바논, 브라질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레바논과 일본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일본이 곤 전 회장의 신병을 인도받기 위해선 외교 경로를 통해 교섭해야 한다.
2018년 11월 임원 보수 축소 신고 혐의로 구속 수감됐던 곤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도쿄 자택에서 머물고 있었다. 해외 도항(渡航)을 금지하고 일본 내 신고된 주소지에 거주하며 곤 전 회장의 여권은 변호인이 보관하는 조건으로 보석이 결정됐다.
곤 전 회장의 탈출에 일본 당국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도쿄지방법원은 “(곤 전 회장의) 해외로 출국을 금지한 보석 조건은 변경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일본 검찰 관계자들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곤 전 회장의 변호인인 히로나가 준이치로 변호사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언급했다.
곤 전 회장이 국외 탈출을 결심한 이유는 그에게 제기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장 징역 15년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는 91억엔(약 969억원)의 소득을 축소 신고한 혐의,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특수배임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곤 전 회장은 닛산자동차의 일본인 경영자들이 르노와 닛산 간 경영 통합에 반대해 자신을 축출하기 위해 계획했고,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공모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출국 금지’ 뚫었나, 뚫려줬나
일본 당국으로부터 출국 금지를 당한 곤 전 회장의 탈출 과정에 각종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내에선 곤 전 회장이 ‘다른 이름’의 여권을 사용해 출국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출입국 관계기관에 따르면 곤 전 회장 이름으로 출국한 기록이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단 출국’으로 굳어지는 분위기긴 하지만 일본 정부·사법당국이 과연 곤 전 회장의 출국을 몰랐을지는 의문이다. 평소 곤 전 회장은 일본 경찰과 검찰, 닛산자동차가 고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설탐정 등 3중으로 밀착 감시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가명을 사용했더라도 일본 출입국 관리 단계에서 곤 전 회장 같은 ‘거물급 유명인사’의 출국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 곤 전 회장의 출국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외무성 간부는 일본 언론에 “원래는 출국해선 안 되는 상황이며 사전에 알았다면 법 집행기관에 통보했어야 할 이야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본 당국이 곤 전 회장을 체포하고 기소하긴 했지만 프랑스와의 외교 관계도 있어 연말 느슨한 사회 분위기를 틈타 출국을 사실상 묵인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개인 전용기를 통하더라도 세관과 출입국 관리, 검역 검사 등을 모두 받아야 하는데 정상적인 출국 심사 과정을 거친다면 ‘탈출’이 체크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레바논 유력 방송사인 MTV는 곤 전 회장이 악기 상자에 숨어 일본 지방공항을 통해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정연일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