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마련된 생활기반 소급해 박탈하는 것으로 제도 취지에 반한다"
법원 "4일간 '몰래 취업'했다고 실업급여 41일치 반납은 부당"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에 잠시 '몰래 취업'을 했다고 해서 그간 받은 돈을 몽땅 토해내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박형남 정재오 이숙연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을 상대로 "실업급여 반환 명령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40만원만을 반환하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2017년 9월 회사에서 해고된 A씨는 이후 여러 차례 실업급여의 일종인 구직급여를 지급받았다.

A씨가 신청해 받은 급여 중에는 2017년 10월 26일∼12월 5일의 41일 치에 해당하는 190여만원이 포함됐다.

그런데 당국의 조사 결과 A씨는 이 기간 중인 11월 1∼4일 나흘간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고 4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당국은 취업한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고용보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41일간 A씨가 받은 실업급여 190여만원을 모두 반환하도록 명령했다.

A씨는 이 명령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은 명령을 내리기까지 절차가 위법했다거나, 명령 자체가 부당하다는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 역시 이런 A씨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실제 취업한 기간이 나흘에 불과한데 41일 치 급여를 모두 반환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새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는 실업급여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비춰 위법하다"고 봤다.

실제로 A씨가 나흘을 제외한 37일간은 실직한 상태였고, 이 기간에 대해서만 정확히 급여를 신청했다면 정당한 수급권이 인정됐을 것이라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이어 "구직급여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구직 활동을 촉진해 경제·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며 "A씨의 고용보험법 위반이 무겁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에서 41일간의 급여를 모두 반환하라고 하는 것은 이미 마련된 생활 기반을 소급해 박탈하는 것으로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취업한 사실을 자진 신고한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토해낼 돈은 나흘 치 실업급여인 18만여원이 아니라 그 기간 일해서 번 40만원으로 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