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에서 성인지 감수성까지…2019년 여성인권 '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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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향한 변화는 대세…진통 있더라도 변화 멈추지 않을 것"
"올해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등 페미니즘 콘텐츠가 부상했고 문화예술의 다양한 변화도 생겼습니다.
이제 여성 인권을 향한 변화는 '대세'라고 할 수 있어요.
"
28일 여성학자 권김현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에 따르면 올해는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변화가 분명하게 나타난 해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권력형 성폭행' 유죄 판결, '탈코르셋 운동' 안정화 등 여성 인권에 관한 사회적·문화적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됐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과 성폭력 범죄, 수많은 '미투 운동' 등도 한 해 동안 의미 있는 논의로 이어졌다.
◇ 낙태죄 헌법 불합치…법 개정 추이 '주목'
헌법재판소는 올해 4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임신한 여성과 시술한 의사를 처벌하게 한 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헌재 설명이었다.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도록 했다.
이때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
당정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향후 공개적인 논의에 대비하기로 했지만, 아직 별다른 합의점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서울대 여성연구소 신상숙 연구원은 "현재의 낙태죄는 여성이 여성의 몸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범죄"라면서 "헌재 판결은 임신한 여성들에게 다른 삶의 조건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 상태에서 임신·출산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문화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연구원은 법 개정에 대해서는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선(임신 주 수)을 두는 것은 또 다른 통제로 작용해 헌재 판결의 의미를 퇴색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여전히 잇따른 여성 대상 범죄들
불법 촬영과 성폭행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올해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가수 정준영(30)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멤버들과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11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가수 최준영(30)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올해 11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방송인 구하라(28) 씨는 전 남자친구에 의한 데이트 폭력과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구씨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28) 씨는 구씨에 대한 상해·협박 등 혐의로 올해 8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10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는 여성 혐오적 표현 등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받는 피해자였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상임 연구위원은 "여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피해자 개인의 사건으로만 보지 않고 정책적 보완점을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불법 촬영과 그에 따른 2차 피해는 IT 기술과 결합한 젠더 폭력의 새로운 양상"이라면서 "피해자들은 평생 유포의 불안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선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 '탈코르셋 운동' 확산…SNS '인증'도 활발
올해 2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만화책 '탈코일기'가 후원액 모금에 성공하면서 공식 출간됐다.
후원액은 총 1억9천만원으로, 당시 텀블벅 도서 부문 최고 수준이었다.
'탈코르셋'은 벗어난다는 뜻의 '탈'(脫)'과 체형 보정 속옷인 '코르셋'(corset)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로, 화장한 얼굴과 긴 머리 등 사회적으로 고정된 '여성성'을 거부하는 문화 운동이다.
여성들은 화장품을 모아 휴지통에 버린 사진이나 화장기 없는 맨얼굴, 길었던 머리를 짧게 자른 사진 등을 '탈코 전시', '탈코 인증' 등 해시태그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는 올해 12월 기준으로 인증 사진 3천여장이 올라와 있고, '탈코르셋'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1만6천여개에 달한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탈코르셋 도래한 상상' 등 서적을 집필한 이민경 작가는 "탈코르셋은 2016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익명의 젊은 여성들이 촉발한 운동으로, 2018년 '불편한 용기' 집회와 맞물려 대대적으로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2019년에는 대중을 상대로도 탈코르셋 운동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라며 "2020년에도 꾸밈노동, 강요된 여성성, 키즈 메이크업을 비롯해 탈코르셋이 부각하고자 한 정치화가 이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안희정 성폭행 유죄 확정…성인지(性認知) 감수성과 '미투 운동'
올해 9월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대법원 판결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지난해 3월 김씨가 한 방송에 출연해 성폭행 피해를 폭로하고 안 전 지사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안 전 지사의 범행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물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김씨와 안 전 지사의 전임 수행비서의 진술 신빙성이 재판의 쟁점이 됐다.
이 과정에서 '성인지 감수성' 원칙이 고려됐다.
대법원은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며 김씨의 무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의 개념이 구체적이지 않고 명확하지도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찬성 변호사(고려대 인권센터)는 "안희정 판결은 성폭력 형사사건에서 피해 진술이 갖는 중요성과 증거가치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성인지 감수성 개념은 아직 잘 정립된 개념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구체적인 판례들이 축적되면 성인지 감수성 개념도 점차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이제 여성 인권을 향한 변화는 '대세'라고 할 수 있어요.
"
28일 여성학자 권김현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에 따르면 올해는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변화가 분명하게 나타난 해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권력형 성폭행' 유죄 판결, '탈코르셋 운동' 안정화 등 여성 인권에 관한 사회적·문화적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됐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과 성폭력 범죄, 수많은 '미투 운동' 등도 한 해 동안 의미 있는 논의로 이어졌다.
◇ 낙태죄 헌법 불합치…법 개정 추이 '주목'
헌법재판소는 올해 4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임신한 여성과 시술한 의사를 처벌하게 한 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헌재 설명이었다.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도록 했다.
이때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
당정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향후 공개적인 논의에 대비하기로 했지만, 아직 별다른 합의점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서울대 여성연구소 신상숙 연구원은 "현재의 낙태죄는 여성이 여성의 몸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범죄"라면서 "헌재 판결은 임신한 여성들에게 다른 삶의 조건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 상태에서 임신·출산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문화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연구원은 법 개정에 대해서는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선(임신 주 수)을 두는 것은 또 다른 통제로 작용해 헌재 판결의 의미를 퇴색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촬영과 성폭행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올해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가수 정준영(30)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멤버들과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11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가수 최준영(30)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올해 11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방송인 구하라(28) 씨는 전 남자친구에 의한 데이트 폭력과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구씨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28) 씨는 구씨에 대한 상해·협박 등 혐의로 올해 8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10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는 여성 혐오적 표현 등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받는 피해자였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상임 연구위원은 "여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피해자 개인의 사건으로만 보지 않고 정책적 보완점을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불법 촬영과 그에 따른 2차 피해는 IT 기술과 결합한 젠더 폭력의 새로운 양상"이라면서 "피해자들은 평생 유포의 불안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선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2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만화책 '탈코일기'가 후원액 모금에 성공하면서 공식 출간됐다.
후원액은 총 1억9천만원으로, 당시 텀블벅 도서 부문 최고 수준이었다.
'탈코르셋'은 벗어난다는 뜻의 '탈'(脫)'과 체형 보정 속옷인 '코르셋'(corset)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로, 화장한 얼굴과 긴 머리 등 사회적으로 고정된 '여성성'을 거부하는 문화 운동이다.
여성들은 화장품을 모아 휴지통에 버린 사진이나 화장기 없는 맨얼굴, 길었던 머리를 짧게 자른 사진 등을 '탈코 전시', '탈코 인증' 등 해시태그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는 올해 12월 기준으로 인증 사진 3천여장이 올라와 있고, '탈코르셋'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1만6천여개에 달한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탈코르셋 도래한 상상' 등 서적을 집필한 이민경 작가는 "탈코르셋은 2016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익명의 젊은 여성들이 촉발한 운동으로, 2018년 '불편한 용기' 집회와 맞물려 대대적으로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2019년에는 대중을 상대로도 탈코르셋 운동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라며 "2020년에도 꾸밈노동, 강요된 여성성, 키즈 메이크업을 비롯해 탈코르셋이 부각하고자 한 정치화가 이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 9월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대법원 판결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지난해 3월 김씨가 한 방송에 출연해 성폭행 피해를 폭로하고 안 전 지사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안 전 지사의 범행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물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김씨와 안 전 지사의 전임 수행비서의 진술 신빙성이 재판의 쟁점이 됐다.
이 과정에서 '성인지 감수성' 원칙이 고려됐다.
대법원은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며 김씨의 무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의 개념이 구체적이지 않고 명확하지도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찬성 변호사(고려대 인권센터)는 "안희정 판결은 성폭력 형사사건에서 피해 진술이 갖는 중요성과 증거가치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성인지 감수성 개념은 아직 잘 정립된 개념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구체적인 판례들이 축적되면 성인지 감수성 개념도 점차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