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비난 노출된 영장전담 판사…'신상털이'에 기피보직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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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 "자기가 원한 결과 아니라고 비난…누가 소신대로 판단하겠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내려진 27일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이름은 이른 새벽부터 종일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노출됐다.
조 전 장관의 구속을 촉구한 보수 성향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영장 기각 결정에 반발해 '권덕진 아웃'을 구호로 하는 '검색어 캠페인'을 벌였기 때문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수 성향 유튜버들까지 이 캠페인에 가세하면서 이 검색어는 네이버에서 27일 오전 10시께부터 5시간가량 '급상승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반면에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기각 사유 때문에 권 부장판사를 성토했다.
이들은 구속영장 기각을 환영하면서도 기각 사유에 담긴 표현을 문제 삼았다.
권 부장판사는 언론에 제공한 보도자료에서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조 전 장관의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하면서도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죄질이 좋지 않다'고 썼다.
이 표현은 검찰에 전달한 기각 사유 원문과는 달랐다.
원문에는 조 전 장관의 범죄 혐의에 대해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 등의 표현이 쓰였다.
'죄질이 좋지 않다'는 표현은 원문에 담긴 긴 문장을 축약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에도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의 비난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구속영장 기각 사유서로 인해 최근 '조국 정국'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조 전 장관 지지·반대 진영 모두로부터 공분은 산 셈이다.
일선 법원마다 배치되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청구한 인신구속이나 압수수색영장을 심리해 발부할지, 기각할지를 결정하는 자리다.
구속영장의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범죄를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 등을 고려해 발부 여부를 판단한다.
업무량이 많지만 한때는 형사재판 경험이 많고 평판이 좋은 판사들이 맡는 선망 받는 보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는 최근 들어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기피 보직이 된 분위기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사건 피의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비난을 받고, 심지어 '신상털이'를 당하는 일도 빈번해져서다.
한 현직 판사는 이를 두고 "최근 몇 년 사이의 변화"라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가 굉장히 곤란한 상황을 당한 분들을 보면서 영장전담 판사직을 기피하는 생각들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은 판사 이름과 함께 영구보존되는 것이기 때문에 판사들은 욕을 먹더라도 판결을 하지만, (비난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 사실상 (판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른 현직 판사는 "판사는 기록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양쪽 진영 모두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들의 신상까지 터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풍토가 이어지면 누가 소신대로 판결을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물론 담당 판사 입장에서는 힘들고 괴롭겠지만, 민주 사회에서는 찬반양론에 의한 국가권력 견제가 있어야 한다"면서 "법원 차원에서 '외로운 독립기관'인 판사 지원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조 전 장관의 구속을 촉구한 보수 성향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영장 기각 결정에 반발해 '권덕진 아웃'을 구호로 하는 '검색어 캠페인'을 벌였기 때문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수 성향 유튜버들까지 이 캠페인에 가세하면서 이 검색어는 네이버에서 27일 오전 10시께부터 5시간가량 '급상승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반면에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기각 사유 때문에 권 부장판사를 성토했다.
이들은 구속영장 기각을 환영하면서도 기각 사유에 담긴 표현을 문제 삼았다.
권 부장판사는 언론에 제공한 보도자료에서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조 전 장관의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하면서도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죄질이 좋지 않다'고 썼다.
이 표현은 검찰에 전달한 기각 사유 원문과는 달랐다.
원문에는 조 전 장관의 범죄 혐의에 대해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 등의 표현이 쓰였다.
'죄질이 좋지 않다'는 표현은 원문에 담긴 긴 문장을 축약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에도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의 비난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구속영장 기각 사유서로 인해 최근 '조국 정국'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조 전 장관 지지·반대 진영 모두로부터 공분은 산 셈이다.
일선 법원마다 배치되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청구한 인신구속이나 압수수색영장을 심리해 발부할지, 기각할지를 결정하는 자리다.
구속영장의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범죄를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 등을 고려해 발부 여부를 판단한다.
업무량이 많지만 한때는 형사재판 경험이 많고 평판이 좋은 판사들이 맡는 선망 받는 보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는 최근 들어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기피 보직이 된 분위기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사건 피의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비난을 받고, 심지어 '신상털이'를 당하는 일도 빈번해져서다.
한 현직 판사는 이를 두고 "최근 몇 년 사이의 변화"라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가 굉장히 곤란한 상황을 당한 분들을 보면서 영장전담 판사직을 기피하는 생각들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은 판사 이름과 함께 영구보존되는 것이기 때문에 판사들은 욕을 먹더라도 판결을 하지만, (비난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 사실상 (판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른 현직 판사는 "판사는 기록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양쪽 진영 모두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들의 신상까지 터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풍토가 이어지면 누가 소신대로 판결을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물론 담당 판사 입장에서는 힘들고 괴롭겠지만, 민주 사회에서는 찬반양론에 의한 국가권력 견제가 있어야 한다"면서 "법원 차원에서 '외로운 독립기관'인 판사 지원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