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부터 2200선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는 코스피지수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승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글로벌 자금이 미국에서 신흥국으로 넘어가는 시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국 기업들의 실적개선 여지가 많지 않아 이번 상승은 과거 강세장 만큼 길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스피지수는 작년 초부터 이어진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 상승 국면으로 진입했다"며 "올해 글로벌 증시를 주도했던 미국은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과열됐고, 신흥국은 과도한 위험회피 심리에서 벗어나려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오 부장은 “글로벌 경기도 완만한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가 지난 8월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지만, 제조업 공급과잉으로 설비투자 확대가 쉽지 않은 여건”이라며 “이번 경기 회복은 2016~2017년 나타난 강한 확장보다는 2013년처럼 완만한 회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은 수출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등 경제 지표들의 회복세가 미약하다는 분석이다. 오 부장은 "2016~2017년 강세장 때는 중국이 철강·석탄 생산을 줄였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대규모 감산 등 공급 축소에 나서 제품가격 상승 효과가 컸다"며 "지금은 수출이 증가해도 단가 상승 효과가 크지 않아실적개선 전망이 어둡다"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은 이런 분석을 토대로 투자자들은 내년 초 신흥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선진국 대비 강한 반등을 보일 때를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월엔 계절적 요인에 맞춰 증권, 인터넷 게임 등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 종목에 집중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