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020년 일자리안정자금 운용 계획’을 내놨다. 내년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을 올해보다 24% 줄인 2조1600억원으로 확정하고, 업체당 지원금을 근로자 1인당 9만원(5인 이상 사업장)~11만원(5인 미만 사업장)으로 낮춘 게 주요 내용이다. 근로복지공단에 ‘부정 수급 전담반’을 신설하는 방안도 담았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타격을 받게 된 영세사업장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도입됐지만 시행 초기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소상공인 경영난의 주 원인을 놔둔 채 세금으로 근로자 임금 일부를 보전하는 것은 정책 실효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정부가 집행 실적을 높이는 데만 열중하다 보니 집행 과정에서 졸속과 감독 소홀로 인한 수급 비리도 만연했다. 실적 압박에 시달린 근로복지공단 등 일자리안정자금 집행기관들이 신청 기준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비리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정 수급 사례를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사업주 배우자와 자녀, 퇴직자 등 무자격자 17만3687명이 553억6000만원의 혈세를 빼먹었다. 고용부 자체 점검 결과가 이 정도라면 엉뚱하게 새어나간 실제 지원금은 훨씬 많을 것이다. 일자리안정자금 현장 실무 직원들 사이에서 ‘눈먼 돈’이라는 비판이 비등했던 게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가 뒤늦게 ‘부정 수급 전담반 설치’ 등의 사후대책을 내놨지만 일자리안정자금 관리를 둘러싼 업무 행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만연한 비리를 막기 어렵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의 집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낱낱이 공개하고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2년간 집행 실태를 국민에게 소상히 공개하고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집행과정의 예산 낭비와 불법 및 탈법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