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우 나노 회장이 경북 상주공장에서 발전소 친환경 설비 진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신동우 나노 회장이 경북 상주공장에서 발전소 친환경 설비 진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기업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경영자는 제품 개발에서 생산 판매 자금관리 인력확보 해외시장 개척 등에 이르기까지 1인 10역을 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을 꼽으라면 시장 흐름을 정확히 읽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이다.

나노(회장 신동우·59)의 주요 제품은 탈질촉매다.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소재다. 하지만 똑같은 제품을 동일 고객에게 파는 게 아니다. 올해로 창업 20주년을 맞은 이 회사의 초창기 주고객은 발전소였다. 그 뒤로 선박과 산업용이 주요 소비처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의 변화는 제품의 변화를 의미한다.

신동우 회장 "미세먼지 주범 제거하는 탈질촉매 개발"
발전소도 마찬가지다. 화력발전소냐, 액화천연가스(LNG)를 쓰는 발전소냐에 따라 탈질촉매가 달라진다. 신동우 회장은 “LNG 연소 배기가스의 경우 황산화물과 재는 배출하지 않지만 질소산화물과 초미세먼지는 여전히 배출한다”며 “그 양은 석탄발전소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곳에도 질소산화물 저감설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신 회장은 “석탄화력의 경우 석탄에 포함된 돌덩어리에 의해 필터가 파손되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충격에 잘 견디고 잘 막히지 않으며 기류가 쉽게 통과될 수 있도록 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LNG 배기가스는 필터가 충격을 받을 일이 없고 막힐 염려도 없다. 따라서 촘촘한 구조와 가벼운 소재를 쓸 수 있다. 이런 LNG 발전 수요에 대비해 정부 지원 연구과제로 LNG 발전용 탈질촉매를 개발했다. 지난 1년간 양산설비 전 단계의 생산 검증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세 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이 회사는 경북 상주 공장 안에 내년 3월 준공을 목표로 LNG 발전용 탈질촉매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 제품이 본격 공급되는 내년 상반기부터는 기존 탈질촉매보다 저렴한 가격에, 절반 무게로 공급할 수 있다”며 “LNG 발전사는 탈질설비 설치 및 운영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노는 촉매에 이어 탈질설비 사업에도 나섰다.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에 있는 별내에너지에서 운영 중인 130㎿급 열병합발전소의 LNG 복합화력 탈질설비의 턴키제작에 응찰해 지난달 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이 회사는 신규 탈질설비의 경우 설비 제작사에 촉매필터를 공급하거나 발전사 등 고객사에 필터를 공급했다. 별내에너지는 탈질촉매를 포함한 탈질설비를 턴키 공급하게 된다. 나노로서는 첫 번째 사례다.

나노는 플랜트 소각로 선박 산업용 보일러 등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에 촉매 필터 공급전략을 세우고 있다. 신 회장은 “발전사 수요 감소와 타 산업 분야 수요 증가로 발전사 납품 비중이 줄었다”며 “반면 해양 대기오염 규제 시행으로 지난 2년간 선박용 디젤엔진 시장이 확대됐고 올해부터 제철사 소각로 산업용 수요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젤 화물차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신 회장은 “전기차 시장이 확대돼도 출력과 차량 가격 등의 이유로 중장비 및 대형 트럭의 디젤엔진 사용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대기 오염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디젤트럭의 촉매 필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기업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고객의 변화, 시장의 변화를 빨리 읽고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라며 “이를 감안한 연구개발을 통해 꾸준히 미래 먹거리 개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