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내년부터 미혼 직원에게 '욜로(YOLO' 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기혼 직원 위주로 이뤄져 온 사내 복지의 판을 새로 짠 것이다. 비혼·만혼 인구가 급증하면서 미혼 직원에게 '선택적 복지' 혜택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결혼기념일 축하금만큼 욜로비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노사는 최근 미혼 직원의 매년 생일마다 '욜로 지원금' 명목으로 1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욜로'란 '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번 뿐이다)의 준말로 현재의 삶을 중시하는 젊은 층을 묘사하는 대표적인 단어다. 지급하는 금액은 기존에 기혼 직원들의 결혼기념일 마다 주던 축하비와 동일한 금액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미혼 직원이 늘어나면서 왜 기혼 직원에만 더 많은 혜택을 주느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결혼 여부에 상관 없이 복지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혼 직원 혜택을 늘리기 위해 건강 검진 대상도 바꿨다. 기존에 '본인과 배우자 1인'으로 돼 있던 것을 '본인과 가족 1인'으로 변경했다. 기혼자는 2인 혜택을 받는데 미혼자는 사실상 1인 혜택 밖에 받지 못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내년이 미혼 직원을 위한 '선택적 복지' 제도를 도입하는 첫해라는 게 신한은행 측 설명이다. 선택적 복지 제도란 노동자가 여러 가지 복지항목 중 자신의 선호와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해 복지혜택을 받는 제도다. 한 신한은행 미혼 직원은 "사내에서 미혼 직원 비중은 점점 높아지는데 여비, 휴가, 장학금 등 복지 규정이 기혼 직원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는 불만이 있었다"며 "금전적인 혜택이 획기적으로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문화가 조금씩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혼 직원 전용 특강도
미혼 직원에 대한 선택적 복지 바람은 전 은행권에 불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임단협에서 미혼 직원에게도 단신 격지부임 여비(지방 등 타지로 발령났을 때 지급하는 비용)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에는 가족이 있는 기혼 직원만 이 여비를 받을 수 있었다. 또 기혼 직원의 결혼기념일에 지급되던 영화관람권을 미혼 직원의 생일에도 지급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미혼 직원만 참여할 수 있는 특별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드론, 필라테스 등 본인의 취미에 맞춰 수강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미혼 직원들이 자기 계발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하는 차원"이라며 "지난해부터 건강검진 대상자도 '본인과 배우자 1인'에서 '본인과 가족 1인'으로 바꿔 미혼 직원의 선택지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현재 진행중인 임단협에 미혼 직원들에게 '결혼장려금'을 지급하는 안건을 올렸다. 40세 이하 미혼 직원에게 1회에 한해 장려비를 주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은행들이 이같이 변하고 있는 것은 날로 높아지는 미혼 직원 비중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2011만6000가구 중 1인 가구는 598만7000가구로 전체의 29.8%를 차지했다.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596만2000가구·29.6%)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반면 기존의 회사 복지는 대부분 4인 가족을 구성하는 기혼 직원을 기준으로 짜여져 있다. 결혼 기념일 축하금이나 자녀 장학금 혜택, 가족·자녀 수당, 양가 부모(결혼시)에 지급하는 환갑 축하금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모두 받지 못하는 미혼 직원들의 문제 지적이 최근 몇년새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은행권을 시작으로 다른 업계로 이같은 바람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욜로 바람과 비혼 트렌드로 1인 가구는 당분간 더 늘어날 것"이라며 "다른 산업계에도 미혼 직원을 위한 복지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