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예산안을 강행처리한데 이어 선거법 개정안 강행처리를 시도 중이다.

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 당시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바닥에 드러누운 채 농성을 벌이거나, 사개특위 위원인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는 등 극한 투쟁을 벌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의 위력을 뒤늦게 실감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국회에서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를 하거나 의원의 회의장 출입 등을 방해한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회의를 방해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단체로 위력을 보이는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도 있다.

선진화법을 위반할 경우 향후 출마도 제한된다. 국회 회의 방해죄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5년간,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는 경우는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국회선진화법은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고소·고발을 취하하더라도 일단 고발된 사건은 수사가 계속된다.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의원들은 현재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의원들이 4+1협의체가 예산안과 선거법을 거듭 강행처리해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지난 23일 선거법이 상정되는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물리적으로 막아서는 대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고함쳤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명백한 회의 진행 방해"라며 "한 번 더 의사진행 방해 행위가 재발하면 사법처리를 요청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해 7월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은 "180석(5분의 3) 이상을 가져야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는 국회법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정확히 157석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천 의원은 "사회권을 가진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들이 협력하고 상임위 의결 요건만 충족하면 모든 입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4+1 협의체가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어떤 한 정당이 157석을 차지한 후 쟁점법안을 강행처리해도 막을 명분이 없고,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막을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