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의인열전] '물속에 사람이'…직감으로 생명 살린 40대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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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저수지에 빠진 30대 남성 구조한 강병길씨
베테랑 스킨스쿠버로 세월호·천안함 구조작업 경력…'생명존중대상' 등 수상
"켁…."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올해 7월 23일 저녁 수원시 광교저수지.
여느 때처럼 운동할 겸 산책로를 찾은 회사원 강병길(49)씨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 건지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지만, 강 씨 귀에는 분명 사람이 물에 빠져 기도에 물이 들어갔을 때 나오는 소리가 들린 것.
어스름이 깔린 저수지 주변을 열심히 살펴봤으나 누군가 허우적거리는 몸부림은 감지되지 않았다.
그때 물 안에 뭔가 있는 듯 수면 위로 물결 파동이 이는 것이 강 씨 눈에 포착됐다.
자신의 직감을 믿은 강 씨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119에 신고해달라고 일러두고 산책로에 구비된 구명튜브를 물 위로 던졌다.
그는 미처 옷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낼 틈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만 바닥에 내려놓고 잠수를 시작했다.
30m 지점에 다다랐을 때쯤, 눈을 감은 채 앞으로 휘휘 내젓던 강 씨 손에 무언가 '홱'하고 걸렸다.
사람이었다.
강 씨는 물에 잠겨있던 30대 남성 A씨를 건져 올려 몸통에 튜브를 끼워 넣었다.
강 씨는 골든타임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헤엄치는 동안 손바닥으로 남성의 가슴 부위를 눌렀다 뗐다 압박하며 이동했다.
이 남성은 몇 초 뒤 "콜록"대더니 입안에서 물을 한가득 뱉어내며 숨을 토했다
물에 빠진 남성은 강 씨에게 "물속에 할머니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A씨는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였다.
강 씨는 이날 따라 평소 산책로와는 반대 방향으로 걷다가 우연히 A씨를 발견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강 씨는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산책로에 있던 사람들에게 '누가 물에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못 봤다'고 했다"며 "물에 사람이 빠졌으리라곤 아무도 생각지 못했지만 나는 확신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강 씨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람은 사실 한두명이 아니다.
10년 전쯤 충주댐 부근에 놀러 갔다가 인근에서 수영하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40대 남성을 구조했고, 휴가를 즐기러 갔던 해수욕장에서도 바다에 빠진 외국인 여성을 발견하고 직접 헤엄쳐 물 밖으로 빼내기도 했다.
강 씨는 베테랑 스킨스쿠버로 20년 전부터 지인들과 자체적으로 민간구조대를 꾸려 주말마다 관련 봉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소속 대원들과 함께 희생자 구조 작업을 펼친 잠수사 중 한 명이다.
강 씨가 속한 민간구조대는 프로급 실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심해 잠수까지 가능해 민간구조대 가운데 가장 먼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도 바다에 들어갔다.
강 씨는 자녀들과 함께 구조 봉사활동을 다닐 날을 꿈꾸며 이들에게 수영과 스쿠버 다이빙을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아이들의 나이가 어려 해양 쓰레기를 줍는 정화 활동 정도만 함께 한다.
강 씨는 "아이들에게 본인의 몸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위를 둘러보고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발견하면 망설임 없이 도움을 주라고 항상 말하고 있다"고 했다.
강 씨가 구조 활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은 대부분 물속에 있을 때 다른 사람이 찍어 준 경우다.
스스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일은 거의 없다.
그는 "괜히 나 자신을 홍보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당연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희생정신과 용기를 발휘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강 씨의 공로를 인정해 최근 그를 '우리동네 시민경찰'로 선정했다.
우리동네 시민경찰은 경찰이 공동체 치안 활성화를 위해 범죄예방, 범인 검거, 인명 구조 등에 기여한 시민 가운데 모범 사례를 선정해 포상하는 제도다.
강 씨는 이달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으로부터 '생명존중대상'을 받았다.
/연합뉴스
베테랑 스킨스쿠버로 세월호·천안함 구조작업 경력…'생명존중대상' 등 수상
"켁…."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올해 7월 23일 저녁 수원시 광교저수지.
여느 때처럼 운동할 겸 산책로를 찾은 회사원 강병길(49)씨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2019 의인열전] '물속에 사람이'…직감으로 생명 살린 40대 회사원](https://img.hankyung.com/photo/201912/AKR20191220098800061_01_i.jpg)
어스름이 깔린 저수지 주변을 열심히 살펴봤으나 누군가 허우적거리는 몸부림은 감지되지 않았다.
그때 물 안에 뭔가 있는 듯 수면 위로 물결 파동이 이는 것이 강 씨 눈에 포착됐다.
자신의 직감을 믿은 강 씨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119에 신고해달라고 일러두고 산책로에 구비된 구명튜브를 물 위로 던졌다.
그는 미처 옷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낼 틈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만 바닥에 내려놓고 잠수를 시작했다.
30m 지점에 다다랐을 때쯤, 눈을 감은 채 앞으로 휘휘 내젓던 강 씨 손에 무언가 '홱'하고 걸렸다.
사람이었다.
강 씨는 물에 잠겨있던 30대 남성 A씨를 건져 올려 몸통에 튜브를 끼워 넣었다.
![[2019 의인열전] '물속에 사람이'…직감으로 생명 살린 40대 회사원](https://img.hankyung.com/photo/201912/AKR20191220098800061_02_i.jpg)
이 남성은 몇 초 뒤 "콜록"대더니 입안에서 물을 한가득 뱉어내며 숨을 토했다
물에 빠진 남성은 강 씨에게 "물속에 할머니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A씨는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였다.
강 씨는 이날 따라 평소 산책로와는 반대 방향으로 걷다가 우연히 A씨를 발견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강 씨는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산책로에 있던 사람들에게 '누가 물에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못 봤다'고 했다"며 "물에 사람이 빠졌으리라곤 아무도 생각지 못했지만 나는 확신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강 씨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람은 사실 한두명이 아니다.
10년 전쯤 충주댐 부근에 놀러 갔다가 인근에서 수영하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40대 남성을 구조했고, 휴가를 즐기러 갔던 해수욕장에서도 바다에 빠진 외국인 여성을 발견하고 직접 헤엄쳐 물 밖으로 빼내기도 했다.
![[2019 의인열전] '물속에 사람이'…직감으로 생명 살린 40대 회사원](https://img.hankyung.com/photo/201912/AKR20191220098800061_03_i.jpg)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소속 대원들과 함께 희생자 구조 작업을 펼친 잠수사 중 한 명이다.
강 씨가 속한 민간구조대는 프로급 실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심해 잠수까지 가능해 민간구조대 가운데 가장 먼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도 바다에 들어갔다.
강 씨는 자녀들과 함께 구조 봉사활동을 다닐 날을 꿈꾸며 이들에게 수영과 스쿠버 다이빙을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아이들의 나이가 어려 해양 쓰레기를 줍는 정화 활동 정도만 함께 한다.
강 씨는 "아이들에게 본인의 몸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위를 둘러보고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발견하면 망설임 없이 도움을 주라고 항상 말하고 있다"고 했다.
![[2019 의인열전] '물속에 사람이'…직감으로 생명 살린 40대 회사원](https://img.hankyung.com/photo/201912/AKR20191220098800061_04_i.jpg)
스스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일은 거의 없다.
그는 "괜히 나 자신을 홍보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당연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희생정신과 용기를 발휘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강 씨의 공로를 인정해 최근 그를 '우리동네 시민경찰'로 선정했다.
우리동네 시민경찰은 경찰이 공동체 치안 활성화를 위해 범죄예방, 범인 검거, 인명 구조 등에 기여한 시민 가운데 모범 사례를 선정해 포상하는 제도다.
강 씨는 이달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으로부터 '생명존중대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