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여만에 철거된 고려대 '강사투쟁 텐트'…그 자리엔 '기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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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사 투쟁'의 상징으로서 오랜 기간 고려대 서울 캠퍼스의 한 공간을 지켰던 민주광장 텐트가 20일 철거됐다.
처음 텐트를 설치한 지 7년여 만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와 민주단체협의회·민주동우회, 강사법 시행을 위한 고려대 학생모임 등은 이날 오후 교내 민주광장에 있던 텐트를 철거하고 '민주광장 강사 투쟁 기림판' 제막식을 열었다.
2012년 2월 15일 고려대 본관 앞에서 처음 텐트를 설치한 뒤 8년째 '텐트 투쟁'을 이어온 김영곤(70) 씨와 김동애(72) 씨는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그동안 고생했다며 누군가 꽃다발을 건네자 환히 웃기도 했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대표이기도 한 김영곤 씨는 "약 10년을 싸웠다.
끝날 줄 몰랐는데 끝났다"며 대학 강사들이 연구, 교육 지도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자고 당부했다.
김동애 씨는 "이렇게 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학생들"이라며 "대학 강사들은 아직 많이 힘들다.
대학을 제대로 바꿀 수 있는 일에 (후배) 강사뿐 아니라 학생들도 함께해달라"고 바랐다.
학생들이 함께 텐트를 철거하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부당해고 철회하라! 강의 배정 즉각 인정하라'고 적힌 현수막은 본래의 색을 잃은 채 먼지가 쌓여 있었다.

기림판에는 "이 자리에 억압받는 비정규 강사의 해방과 비판적 대학 교육을 이루기 위한 텐트가 있었다"며 "민주광장이 대학과 사회를 바꾸고자 한 학생과 학내 노동자들의 저항 공간이었음을 기억하자"는 문구가 쓰였다.
강사법 시행을 위한 고려대 학생모임에서 활동한 18학번 황민용 씨는 "강사법 개정으로 강사들의 지위가 회복됐지만 이를 빌미로 한 강사 해고도 이뤄지고 있다"며 '강사 투쟁 텐트'의 의미를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김가영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8년간 텐트에서는 강사들의 교원 지위를 회복하고 불합리한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강사 투쟁의 역사로서, 불합리한 현실에 맞선 저항의 산실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