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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현대적인 베토벤이라니…서울시향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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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쿠스 슈텐츠 지휘 서울시향 베토벤 9번 교향곡 공연 리뷰

    베토벤은 젊은 시절 프랑스 혁명에 열광했다.

    하지만 혁명의 바통을 이어받아 결국 독재자가 됐던 나폴레옹 탓에, 혁명에 대한 열정은 사라졌다.

    교향곡 3번의 이름도 애초 나폴레옹의 이름을 따 '보나파르트'라고 지었다가 그가 독재자로 전락하자 '영웅'으로 바꿨다.

    나폴레옹의 몰락 후 보수주의가 득세했고, 유럽은 왕정복고가 이뤄졌다.

    이후 베토벤은 그럭저럭 작곡하면서 살았다.

    그러다 귀가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됐다.

    그가 통과했던 시대를 디킨스식으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이랬을 것 같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中)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는 가운데 9번 교향곡 '합창'을 썼다.

    그의 합창은 환희와 인류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알려졌다.

    음악은 '불굴의 의지' '웅혼한 기상' '신의 축복'과 같은 느낌으로 가득 찼다.

    어쩌면 이런 해석은 독일의 전설적인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1886~1954) 탓일 수도 있겠다.

    이토록 현대적인 베토벤이라니…서울시향의 '합창'
    푸르트벵글러가 확립한 베토벤의 '합창'은 웅대했다.

    1악장 도입부터 폭발하는 거대한 에너지는 인간 정신을 고양하는 힘이 있었다.

    그의 '합창'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신음했던 인간에 대한 신의 위로가 담겨있는 듯했다.

    유럽 대륙 곳곳에 쌓여있는 잿더미는 언젠가 치워질 것이고, 밑바닥까지 추락했던 인간성은 '신의 힘으로'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 같은 것들 말이다.

    그것은 이를테면 추락과 상승의 이미지였다.

    이런 푸르트벵글러의 고색창연한 해석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이어받았고, 이는 독일 정통음악으로 굳어졌다.

    지난 19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한 독일 출신 마르쿠스 슈텐츠는 이런 해석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신의 위로' 대신 '인간의 기쁨'을 구했고, 무거움과 운명의 힘 대신 가벼움과 인생의 가변성에 관해서 얘기했다.

    그의 지휘는 1악장부터 남달랐다.

    장중한 흐름 대신 빠른 템포의 경쾌한 발놀림이 이어졌다.

    슈텐츠의 음악에선 인생의 무게, 나락으로 떨어진 인간성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로큰롤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한 발걸음으로, 심각함을 유희로 치환하면서 산보하듯 걸어 다녔다.

    슈텐츠가 웅장하고 힘있게 1악장을 마무리하는 대신 솜털처럼 부드럽게 끝내는 장면은 무릎을 치게 했다.

    2악장에서도 신선함은 계속됐다.

    힘줘야 할 부분에선 힘을 뺐고, 빨리 달려야 할 때는 오히려 숨을 골랐다.

    1, 2악장이 매우 모던한 해석이었다면 3악장은 바로크 시대로 돌아간 듯했다.

    3악장의 빠르기는 '아다지오 칸타빌레'(느리게 노래하듯이). 이런 느린 발걸음을 바흐적인 색채로 투명하고, 단정하게 색칠했다.

    빠르기도 하고, 투명하기도 했던 슈텐츠의 색조는 4악장 '환희의 송가'에서 '드라마적인 흥분'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흥분은 어깨에 힘을 준, 권위적인, 숭고한 '환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보다 가볍고, 탈권위적이며 명랑한 '희망'에 가까웠다.

    이토록 현대적인 베토벤이라니…서울시향의 '합창'
    전반적으로 슈텐츠의 지휘는 권위적이지 않았다.

    독일 출신이면서도 레너드 번스타인과 오자와 세이지를 사사한 슈텐츠가 직조하는 음악은 독일 정통 사운드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는 베토벤의 '합창'을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게 연주해도 얼마든지 관객들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날 입증했다.

    '합창'에 앞서 연주된 찰스 아이브스의 '대답 없는 질문'(1906년곡)도 눈길을 끌었다.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이 음악에서 조명이 들어온 후 관객들이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플루트 앙상블뿐이었다.

    현악 연주자들은 무대 밖에서 연주했다.

    트럼펫 주자가 객석을 옮겨 다니며 트렘펫 소리로 '질문'을 던지면, 무대 위 플루트 연주자들은 플루트 소리로 화답했다.

    '합창'과 '대답 없는 질문'에 대한 슈텐츠의 해석은 매우 현대적이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음악에 대한 해석도 계속 변해야 한다.

    "절대적으로 현대적이어야 한다"는 시인 아르투르 랭보의 말은 아직 유효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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