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로기사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이 은퇴 경기로 국산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 맞붙는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프로기사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이 은퇴 경기로 국산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 맞붙는다.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한돌이 경기 중반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이세돌 9단이 행운의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로 이세돌 9단은 2억원을 챙겼다.

이세돌은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NHN의 바둑 AI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92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3년 전 호선으로 대결했던 알파고와의 대결과 달리 이날 대국은 이세돌이 2점을 깐 상태에서 덤 7집 반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프로기사들에게 무패행진을 달린 AI 한돌의 우세를 인정해서다.

프로기사 생활 중 처음으로 2점을 깐 이세돌은 이날 3귀를 차지하면서 차분하게 출발했다. 그럼에도 AI 한돌은 경기 내내 완벽한 수를 두며 점차 분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갔다.

경기가 중반에 접어들자 승부처는 우변에서 발생했다. 이세돌은 우변 자신의 돌을 돌보는 대신 상변에 집을 마련했고 한돌은 우변 흑돌을 둘러싸고 공격에 들어갔다.

만약 이세돌의 흑돌이 죽거나, 살더라도 큰 손해를 본다면 단숨에 한돌 쪽으로 승리의 무게추가 크게 기우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흑돌을 공격하느라 한돌이 바둑 초보자도 하지 않을 법한 실수를 했다. 자신의 돌이 잡히는 '장문'을 한돌이 파악하지 못해 공격하던 요석 3점을 오히려 죽여 버렸다.

이세돌은 이 틈을 놓치 않고 쉼없이 한돌을 압박했다. 잘못된 판단으로 3점이 잡히는 순간 한돌의 승률이 3∼4%대로 폭락했고 결국 한돌은 92수 만에 항복을 선언했다.

치수 고치기 3번기 첫판에서 승리한 이세돌은 19일 열리는 제2국에서는 한돌과 호선으로 대결한다.

제1국 승리로 이세돌은 2억원의 상금을 챙겼다. 이세돌은 AI 한돌과의 기본 대국료로 1억5000만원을 받고, 1승을 추가할 때마다 5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남은 2경기서 모두 승리해 3전 전승으로 한돌과의 대국을 마무리 짓는다면 총 3억원을 받게 된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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