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해에도 지구촌에선 갈등과 충돌이 이어졌다.

경제 성장의 정체와 사회 양극화 속에서 국가·계층·세대 간 분쟁이 심해지면서 힘의 논리가 동원되는 일도 잦았다.

패권 다툼 양상으로까지 번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난이 심해진 남미와 중동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서민들이 시위대에 합류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잇따랐다.

홍콩에서는 민주화 시위가 반년 넘게 이어졌다.

물론 부정적인 소식만 있지는 않았다.

16살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은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인류가 공유하고 대응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다음은 연합뉴스가 선정한 2019년 10대 국제뉴스다.

◇ 미·중 무역전쟁…휴전에는 합의했지만 갈등은 여전
세계 1위와 2위의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었다.

가까스로 1단계 합의는 이뤘지만, 일시적인 휴전일 뿐 완전한 종전까지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은 실정이다.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불공정한 무역을 바로 잡겠다"며 중국을 표적으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본격화했다.

양국은 서로 '관세 폭탄'을 터뜨리며 전면전을 벌여왔고 올해도 확전에 확전을 거듭했다.

다만 양국은 12월 들어서 1단계 무역 합의를 이뤘다.

그동안 총성 없는 전쟁에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서 글로벌 경기에 먹구름을 드리웠고 한국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영향을 반영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하향 조정했다.

1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6.0%에 그쳐 2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1단계 무역 합의에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미국이 핵심 쟁점으로 거론해온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나 기술이전 강요 등 문제는 미해결 상태이고 이를 풀기 위한 2단계, 3단계 협상은 아직 일정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결산2019] 연합뉴스 선정 10대 국제뉴스
◇ 꺾이지 않는 민주화 열망…홍콩 시위 장기화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반년 넘게 지속했다.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추진을 계기로 6월 9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초기에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나 갈수록 폭력 시위로 변화됐다.

당국과 시위대가 충돌을 거듭하면서 6천명에 가까운 시민이 체포되고 대학생 1명이 숨지는 등 희생도 커졌다.

시위대는 11월에 '최후의 보루'로 불리던 홍콩이공대에서 경찰과 격렬한 충돌을 빚은 끝에 잠시 주춤했으나 같은 달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두면서 다시 투쟁의 동력을 키웠다.

시위대는 내년에도 투쟁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홍콩 당국도 물러설 기미가 없어 강 대 강 대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을 우려하는 중국 중앙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해결책은 요원하다.

홍콩과 마카오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모범 사례로 만들어 대만 통일까지 이어가려는 구상을 가진 중국 정부의 양보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결산2019] 연합뉴스 선정 10대 국제뉴스
◇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미국은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로 격랑에 빠져들었다.

미 하원이 9월에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을 시작으로 12월에는 법사위원회에서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에 대해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하면서 수면 위로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해 미국의 군사 원조 중단 카드를 앞세워 우크라이나 측을 압박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마녀사냥"이라고 반박했다.

탄핵안은 하원 전체 표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과반인 하원을 통과한다고 해도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는 부결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에도 1868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각각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돼 대통령직을 유지한 바 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4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하원 표결 직전 사임했다.

재선이 아닌 첫 임기 때 탄핵 심판에 직면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 민생고 시위 곳곳에서 폭발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민생고에 시달려온 시민들은 남미, 중동 등 곳곳에서 길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일부 시위는 유혈 사태로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10월 칠레에서 본격화된 이른바 '50원 시위'다.

칠레 당국이 지하철 요금을 약 50원 올린 것을 계기로 지금껏 쌓였던 서민층 분노가 폭발했고 거리에서는 유혈 충돌이 잇따랐다.

이 사태로 칠레 정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마저 취소했다.

또 같은 중남미권인 에콰도르에서도 유류 보조금 폐지에 분노한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나와 정부의 항복을 끌어냈고 볼리비아에서는 경제난에 시달리던 국민들이 대선 결과에 항의하며 전국적인 시위를 벌인 끝에 에바 모랄레스 당시 대통령이 망명길에 올랐다.

중동 지역에서는 레바논 정부가 스마트폰 메신저 왓츠앱에 230원 상당의 세금을 예고한 것이 민심을 분노케 했고, 결국 총리가 반정부 시위 12일 만에 사퇴를 발표했다.

이라크에서도 10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가 사임했다.

이란에서는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면서 최소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산2019] 연합뉴스 선정 10대 국제뉴스
◇ 기상이변 속출…환경운동가 툰베리 각광
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이 속출했다.

11월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대홍수로 수몰 위기를 겪었고 10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 시드니에서 각각 초대형 산불이 발생해 거대한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여름에는 40도를 넘는 살인 폭염에 프랑스에서만 1천500명이 숨졌다.

허리케인 피해도 커 초강력 열대 폭풍 도리안 때문에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에서만 2천500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비정부 기구인 국내난민감시센터(IDMC)는 기상 이변에 따른 이재민 규모가 올해 2천200만 명에 달해 사상 최악의 해로 기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스웨덴의 16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혜성처럼 등장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툰베리는 2018년 8월부터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는 대신 스톡홀름의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툰베리가 뿌린 씨앗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2019년 9월 20일 전 세계적으로 열린 기후변화 시위에 400만명이 집결한 데는 툰베리의 힘이 컸다는 평가가 나왔다.

툰베리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도 선정됐다.

타임이 1927년부터 선정해온 올해의 인물 중 툰베리는 역대 최연소자다.

[결산2019] 연합뉴스 선정 10대 국제뉴스
◇ '21세기 빈라덴' 알바그다디 사망
미국은 10월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우두머리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8세 추정)가 미군의 기밀 작전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지역에 미군 특수부대를 투입했으며 알바그다디는 자살 조끼를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알바그다디의 영향력은 알카에다의 우두머리였던 오사마 빈라덴(2011년 사살)에 버금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그는 내전의 혼란에 빠진 이라크에서 세력을 넓히면서 2014년 6월 IS 수립을 선포한 뒤 서방 국가에서 알카에다 못지않은 악명을 떨쳤다.

IS의 정신적 지주이던 알바그다디는 5년에 걸쳐 서방 정보당국의 추적을 받았다.

IS는 인터넷을 통해 서방의 '외로운 늑대'(단독으로 행동하는 테러리스트)를 이슬람 극단주의로 유도해 테러를 선동했고, 단순한 테러조직을 넘어 국가라는 이름을 내세우면서 화폐도 따로 발행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에 투입된 군견 '코난'을 공개하고 "최고의 전사"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 인류의 유산 불탔다…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프랑스 파리의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4월 15일 화마에 쓰러졌다.

첨탑에서 치솟은 불길은 1시간 만에 지붕을 무너뜨리고 화염을 내뿜다 15시간 만에 진압됐다.

간신히 전소만 피한 대성당의 모습에 전 세계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8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가톨릭의 성지이자 중세부터 근대, 현대를 관통한 인류 문화의 유산이다.

빅토르 위고가 1831년 쓴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의 무대로도 유명하고, 1804년 12월 2일에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대관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불길 속에서도 소방관, 경찰관, 성직자들이 '인간 사슬'을 만들어 유물을 밖으로 옮겨낸 덕에 가시 면류관, 루이 9세의 튜닉(상의) 등은 화마를 피했다.

프랑스 당국은 화재 원인으로 방화보다 실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루 평균 3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였던 대성당은 이제 그을음을 씻어내고 재건을 기다리고 있다.

[결산2019] 연합뉴스 선정 10대 국제뉴스
◇ 미·러 '핵 안전판' 사라졌다…INF 조약 탈퇴
미국과 러시아의 핵(核) 개발 경쟁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해온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이 32년 만에 백지화됐다.

미국은 8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성명을 통해 INF 조약의 공식 탈퇴를 밝혔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체결된 이 조약은 미국과 옛 소련 양국이 단거리·중거리 미사일의 생산, 시험, 실전 배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탈냉전의 신호탄으로도 여겨졌다.

그러나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이유로 미국이 탈퇴를 선언하자 러시아도 즉각 효력 중단을 발표하면서 두 강대국이 군비 경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미국의 탈퇴 배경에는 중국의 핵 부상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미국은 탈퇴 발표 직후 중국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조약을 제안했으나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미국은 INF 탈퇴 이후 8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 영국이 다시 선택한 브렉시트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데 이어 올해 12월 총선에서 보수당에 몰표를 던지며 다시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이로써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드리웠던 브렉시트 논란은 3년 6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당초 브렉시트 시한이었던 10월 말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브렉시트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고, 결국 노동당을 누르고 압승했다.

예정대로 내년 1월 브렉시트가 단행되더라도 일단은 영국과 EU 간 관계에 큰 변화는 없다.

양측이 내년 말까지 브렉시트 전환 기간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금처럼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잔류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주민 이동도 현재처럼 자유롭게 유지된다.

하지만 전환 기간 양측은 기존에 합의한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마무리 지어야 하며, 합의가 불발되면 2020년 말 다시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닥쳐 불확실성을 키울 수도 있다.

◇ 달 뒷면에 탐사선 첫 착륙…중국 창어4호 '우주 굴기'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에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1월 3일 착륙했다.

이로써 중국은 인류 최초로 탐사선을 달 뒷면에 착륙시키면서 우주 굴기를 과시했다.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0년 만이다.

앞서 창어 3호는 2013년 달 앞면에 착륙한 바 있다.

창어 4호는 착륙 직후 달의 뒷면을 담은 사진을 지구로 전송한 데 이어 5월에는 첫 연구성과로 달 맨틀의 구성 성분이 지구의 맨틀과 유사하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그동안은 달 뒷면 탐사선 착륙의 난제가 지구와의 통신이었으나 중국은 미리 통신 중계 위성 '췌차오'(鵲橋)를 쏘아 올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결산2019] 연합뉴스 선정 10대 국제뉴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