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고향 부산서 전시 뜻깊어…한일관계 악화 때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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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의 작가'로 불리기도 하는 시오타 치하루의 이번 전시에서는 한 작품에서만 무려 280여㎞에 이르는 붉은 실을 사용한 대작을 선보인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도쿄 모리미술관과 공동으로 17일부터 내년 4월 19일까지 2층 전시실에서 '시오타 치하루 : 영혼의 떨림'전을 연다고 16일 밝혔다.
국내 비엔날레에 그의 작품이 소개되기는 했지만, 대규모 개인 기획전시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는 1990년대 작품에서부터 최근작까지 110점이 선보인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실을 소재로 한 대형 설치작품을 비롯해 드로잉, 사진 등 작가의 25년 행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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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에 들어서면 우선 붉은 색상이 관객을 압도한다.
배에서 붉은 실들이 솟구치며 천정과 벽면 등 전시 공간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 작품에서 사용한 실의 양은 길이로 무려 280㎞ 이상에 이른다.
올해 6월 20일부터 10월 27일까지 열린 도쿄 모리미술관 전시에서 사용한 실 280㎞보다도 더 많이 사용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작품에서 실은 혈관, 운명, 관계를 의미한다.
서로 얽혀 있지만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 고요함과 정적이 흐른다.
앙상한 뼈대만 있는 배는 금방이라도 전복될 듯 보인다.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잡지 못한 배는 불안감을 뜻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난민, 이민, 망명 등 위기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문제에 직접 답하거나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항해의 불확실성을 실로 보여주고 배는 희망으로 향하는 긍정적 상징으로 표현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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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타다만 피아노와 수많은 의자를 소재로 사용했다.
작가는 실제 옆집 화재 때 마당에 꺼내놓은 새까맣게 탄 피아노에서 소리가 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사용한 실도 200㎞에 달한다.
실을 이용한 이들 작품 외 일본에서 전시 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피부의 기억'(Memory of Skin), 암 투병 당시 몸의 토막토막이 흩어지는 느낌의 기억을 담은 '내 몸 밖'(Out of My Body), 흰 드레스와 검은 실, 거울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공간과 시간의 반영'(Reflection of Space Time) 등 여러 화제작이 전시된다.
사진과 드로잉, 퍼포먼스 기록영상 등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앞서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6월부터 4개월 동안 열린 전시에는 모리미술관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66만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시오타 치하루는 일본 오사카 출생이다.
부산 출신 배우자와 함께 현재 독일 베를린을 베이스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유년기 가족의 묘에서 느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두 번의 암 투병에서 체험한 삶과 죽음의 경계 등과 같은 감정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공간 전체에 빨간색 또는 검은색 실을 엮어 인간의 혈관 또는 거미줄처럼 펼친 설치작품은 작가의 대표적인 시리즈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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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이번 전시는 일본에서 66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일 정도로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전시"라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부산시립미술관의 향후 전시 방향, 정체성을 가늠해 보는 데도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