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 2017년 1단계로 70억달러(약 8조300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2단계 투자를 하기로 했다. 이달 23일 한·중·일 정상회의(쓰촨성 청두)가 예정돼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상반기 방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한·중 관계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2일 시안시정부 등에 따르면 강봉용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최근 왕하오 시안시 서기 등을 만나 이 같은 투자 의사를 전달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8월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시안 2공장에 1단계로 70억달러를 2020년 3월까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80억달러를 추가 투입하면 시안 2공장에 들어가는 금액은 15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이 같은 투자는 지난 10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시안 공장을 방문했을 때 사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국 정부 공식 사이트인 중국정부망은 삼성 시안 2공장의 총 투자 규모가 15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다. 시안 1공장은 2012년 착공해 2014년 가동에 들어갔다. 시안 2공장은 2021년께 완공된다.
中 시안 2공장 2021년 완공…삼성 '낸드 초격차' 속도 낸다

삼성, 中 반도체 공장에 9.5兆 추가투자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2공장에 추가 투자를 결정하면서 삼성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이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저점을 찍고 내년부터 업황이 회복되면 삼성전자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에 시안 1공장을 착공했다. 108억달러(약 12조8000억원)를 투자해 2014년에 완공했다. 웨이퍼 기준 월 10만 장 규모의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150억달러가 들어가는 시안 2공장이 2021년께 완공되면 삼성전자 중국 공장의 생산 규모는 월 23만 장으로 늘어난다.

시안 공장에서는 주로 V낸드가 양산된다. 낸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기억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V낸드는 평면 낸드와 달리 회로를 위로 쌓아 3차원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일반 평면 낸드에 비해 집적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실적 호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올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하지만 내년에는 5세대(5G) 스마트폰 증가와 데이터센터 신규 수요 등으로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 완공을 계기로 중국 내 모바일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메모리 수요 증가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가 얼어붙은 한·중 관계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강봉용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지난 10일 시안을 방문해 “삼성전자는 시안 투자를 늘리고 사회 복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역 경제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하오 시안시 서기는 “삼성전자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 발전에 기여하는 도시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정인설/고재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