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프로그램' 판단 기준 첫 제시…"사용용도·기술적 구성 등 고려해야"
대법, '드루킹' 사건과 무관 강조…"쟁점·적용법조 달라"
'댓글 대량 등록' 개발자 무죄 확정…"악성프로그램 아냐"(종합)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게시글·댓글을 대량으로 자동 등록시킬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개발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애초 이 사건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네이버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동원 씨 사건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지만, 대법원은 두 사건이 쟁점이나 적용 법조 측면에서 별개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2일 포털사이트 운용을 방해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이모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서모 씨와 함께 2010년 8월~2013년 10월 부천시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자동 등록 프로그램' 1만1천774개를 개발·유포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가 개발을, 서씨가 판매를 주로 담당했다.

포털사이트에 글과 이미지를 자동으로 대량 등록해 주거나 메시지·쪽지를 반복적으로 발송하는 프로그램들이었다.

같은 작업을 정상적으로 하는 경우보다 적게는 5배, 많게는 500배 이상의 부하(트래픽)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개발한 매크로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하는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프로그램들은 네트워크에 필요 이상의 부하를 일으키고 이용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며 이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서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큰 부하를 유발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정보통신시스템의 운용을 방해하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와 서씨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실제 네이버 등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최초로 명확히 제시했다.

대법원은 "악성프로그램 여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 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씨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업체나 상품 등을 광고하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것이며, 기본적으로 일반 사용자가 직접 작업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작업을 수행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네이버 등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의 장애가 발생한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 순위 조작 혐의에 적용됐던 법조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아닌 형법상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였다.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는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함으로써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 유포가 형법상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는 이 사건과는 별도의 판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