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 캐나다가 10일(현지시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수정안에 합의했다. 3국 정상이 지난해 11월 합의안에 서명한 지 1년이 넘도록 미 의회 벽을 넘지 못하자 의회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 입맛에 맞는 수정안에 합의한 것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북미 3국 대표단은 이날 멕시코 대통령궁에서 USMCA 수정안에 서명했다. 수정안은 원안보다 멕시코 노동개혁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다. 기준에 맞지 않게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에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이 미국과 캐나다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 조건이 열악한 멕시코로 공장을 옮기는 걸 제한하려는 취지다.

바이오 신약 복제를 10년간 제한하는 규정도 원안에서 빠졌다. 민주당은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이 규정의 삭제를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저렴한 복제약이 시장에 더 빨리 등장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산업에서 북미산 부품 비중을 62.5%에서 75%로 높이고, 시간당 16달러 이상 받는 노동자 비중을 내년부터 최소 30%(2023년부터는 최소 40%)로 맞추도록 한 조항은 원안에 이어 수정안에서도 유지됐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의장은 “의심할 여지 없이 NAFTA보다 좋고, 처음 정부가 제안한 안보다도 낫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수정안을 “미국 노동자들의 승리”라고 평가하며 다음주 하원에서 표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중 하원, 내년 초 상원에서 수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정국으로 코너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USMCA의 의회 비준이 임박하면서 ‘점수’를 따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USMCA에 대해 “농민, 제조업체, 에너지, 노동조합 등 모두에게 좋다”며 “중요한 건 미국 최악의 무역협상인 NAFTA를 끝내게 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NAFTA를 ‘일자리 킬러’라고 비난하며 최우선 개혁 과제로 내세워왔다. NAFTA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발효됐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