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폭력도 학대·인권침해'…가정교육 방법으로 안돼

일본 정부가 내년 4월로 예정된 새 아동학대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부모라도 할 수 없는 자녀 체벌 사례를 구체적으로 담은 지침안을 마련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3일 열린 전문가 검토회의에서 공개한 지침안은 체벌을 '신체에 고통이나 불쾌감을 주는 벌'이라고 정의하고 가정교육 명분의 아무리 가벼운 체벌이라도 불허 대상으로 못박았다.

구체적인 금지 사례로는 숙제를 하지 않는다거나 못된 장난을 쳤다는 이유 등으로 행해지는 ▲ 빰·엉덩이 때리기 ▲ 장시간 무릎 꿇리기 ▲ 밥 안 주기 등이 적시됐다.

아울러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언어폭력(폭언)도 학대와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해 금지했다.

언어폭력 사례로는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다'는 식으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 형제끼리 비교하면서 잘못을 따지거나 무시하는 행위가 거론됐다.

日 '아이 신체에 불쾌감 주면 체벌'…금지 지침안 마련
지침안은 또 체벌 금지 대상에 부모 등 친권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포함시켜 적용 대상을 넓혔다.

새 아동학대방지법은 체벌 금지 대상을 친권자로 국한하고 있다.

지침안은 체벌을 피하면서 예의범절 등을 가르치는 효과적인 가정교육 방법으로 ▲ 아이 마음 헤아리기 ▲ 긍정적·구체적으로 대화하기 ▲ 잘한 일 칭찬해 주기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를 주는 육아 문제를 가족 전체가 분담해 한사람이 떠안지 않도록 하고, 사회 전체가 육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후생노동성은 이달 중 지침안에 대한 일반 의견을 공모한 뒤 연내에 확정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자녀 훈육 방법의 하나로 부모의 체벌이 광범위하게 용인돼 왔다.

특히 일본 민법은 '징계권' 규정을 두어 부모가 교육에 필요한 범위에서 자녀를 체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 지바(千葉)현에서 초등학교 4학년이던 10세 여아가 아버지의 상습폭력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이른바 '시쓰케'(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가정교육)를 명분으로 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부모의 자녀 체벌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졌고,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새 아동학대방지법이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했다.

도쿄도(東京都) 지방의회는 지난 3월 중앙정부에 앞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학대방지 조례를 만들었다.

내년 4월 시행을 앞둔 새 아동학대방지법은 부모 등 친권자와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들이 아이를 훈육할 때 체벌해선 안 된다는 금지 규정을 명문화했으나 처벌 규정은 없어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일본 정부는 새 아동학대방지법 시행 후에 민법의 징계권 조항 삭제 문제 등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