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2019년분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납세 의무자가 59만5000명, 고지액은 3조3471억원이라고 29일 발표했다. 대상자는 작년 대비 27.7%(12만9000명), 세액은 58.3%(1조2323억원) 늘었다.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공시가격 6억원(1가구 1주택자는 9억원) 이상 주택이나, 5억원 이상 합산토지를 보유한 개인·법인을 대상으로 매기는 국세다.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는 우리나라 주택 소유자(1401만 명)의 3.6%인 5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종부세액은 기획재정부가 짠 세입 예산(2조8494억원)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정부가 부족해진 세수를 종부세로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종부세 납부기간은 다음달 1~16일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시세가 급등한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세금 부담을 높여 (국민 간) 형평성을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실수요자는 단기간에 세 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분납 확대 등 완화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집값 상승에 세율 인상까지…종부세 부담 갈수록 더 커진다
올해 종합부동산세액이 작년 대비 58% 급증한 건 세율 인상과 공시가격 상승이 한꺼번에 맞물렸기 때문이다. 작년 과세표준별로 0.5~2.0%였던 주택분 종부세율은 올해 0.5~3.2%로 상향 조정됐다. 최고세율 기준으로는 종전 2.0%에서 3.2%로 60% 뛰었다. 종합합산 토지분은 종전 0.75~2.0%에서 1.0~3.0%로 바뀌었다. 지난 7~9월 고지됐던 재산세(세율 0.1~0.4%)는 별도다.
공시가격도 많이 올랐다. 올해 서울 주택의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평균 14%가량 상승했다. 최저세율이 일괄적으로 적용됐던 과표 6억원 이하 구간엔 ‘3억~6억원’ 구간이 신설됐다. 종전엔 과표 6억원 이하에 세율 0.5%만 적용했으나 올해부터는 3억원 이하에 0.5%(1주택자)~0.6%(다주택자), 3억~6억원 구간엔 0.7~0.9%를 각각 적용한다.
세부담 상한도 달라졌다. 작년까지는 종부세가 아무리 높아져도 상한비율을 최대 150%(재산세 합산 기준)로 묶었으나 올해는 최대 300%로 조정됐다.
내년엔 종부세 부담이 훨씬 커질 전망이다. 올해 급등한 집값 인상분이 대거 반영되는 데다 종부세 과표를 계산할 때 기준으로 삼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상향되기 때문이다. 공정가액비율은 올해 85%로 작년 대비 5%포인트 오른 데 이어 내년엔 90%가 된다. 이 비율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100%까지 인상된다. 다만 실수요 목적의 1주택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5~15년의 장기보유분에 대해 20~50%, 만 60~70세 이상 소유자에 대해선 10~30%를 각각 세액공제해준다. 공제 한도는 최대 70%다.
올해 종부세 고지서 수령자는 다음달 1일부터 보름간 국세청 납세 시스템인 홈택스, 고지서에 기재된 가상계좌 이체 등으로 납부할 수 있다. 세액이 250만원을 넘으면 관할 세무서에 분납 신청한 뒤 나눠 낼 수 있다. 고지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납세 고지서와 관계없이 12월 16일까지 자진 신고·납부하면 된다. 이 경우 기존에 고지됐던 세액은 취소된다. 기한 내 납부하지 않으면 지연가산세가 붙는다.
종부세는 정부가 직접 걷는 국세이지만 전액 지방자치단체로 이전된다. 애초 ‘형평성’ 차원에서 도입된 세제여서다. 정부는 종부세액 중 일부를 서민주거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
종부세 부담이 급증했지만 정부 의도와 달리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지 않을 것이란 게 부동산업계의 관측이다. 양도소득세 등 거래비용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