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한국당이 막은 199개 안건에 어떤 내용 담겼나

유치원 3법·민식이법·청년기본법 처리 미궁 속으로
선거법·공수처·예산안 발목잡기 의도도 담겨
한국당, 1인당 4시간씩 필리버스터 진행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필리버스터 신청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가운데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청년기본법 등 각종 법안 처리가 미궁 속으로 빠졌다.

29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1인당 4시간씩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유치원 3법을 비롯해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는 안건 199건의 처리가 불분명해졌다.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무인 교통단속 장비, 신호등, 과속방지턱 등을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민식이법과 한국당이 전신이던 새누리당 시절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했던 청년기본법 제정 등이 대표적이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0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이후 유치원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공공성 강화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나 원내대표는 같은날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공공성 강화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사유재산 부정을 동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민식이법은 지난 9월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고(故) 김민식 군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 지난 10월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김 군의 부모는 지난 19일 진행된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도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민식이법이 국회에 계류되고 있다며 조속한 통과를 호소했다.

청년기본법은 신보라 한국당 의원이 2016년 5월 30일 국회 개원 첫날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한국당이 20대 국회 첫날 1호로 제출한 당론 법안이다. 청년기본법은 청년을 독립된 세대로 규정하고 청년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를 정의한 법안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19일 청년들을 만난 자리에서 청년기본법 통과를 한국당이 추진 중인 청년 정책 비전이라며 소개했다.

한편 이번 필리버스터 신청을 통해 사실상 정기국회는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및 다음달 2일이 법정 처리시한인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9월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29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직접 지켜본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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