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해외송금 시장을 놓고 시중은행과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 직장인이 소액 해외송금업체인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의 웹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개인 해외송금 시장을 놓고 시중은행과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 직장인이 소액 해외송금업체인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의 웹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5만원(은행)→5000원(핀테크사)→0원(은행)’ 개인 해외송금 시장을 둘러싼 시중은행 과 소액 해외송금업체 간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교류가 많은 동남아시아 지역에 한해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무료화한 은행도 나왔다.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에 더 이상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다. 지난해부터 은행을 통한 개인 해외송금액이 대폭 줄어들면서 위기감은 더욱 증폭됐다.

해외銀 제휴로 수수료 무료화

은행 "해외송금, 밑지는 장사도 불사"…핀테크에 '수수료 무료' 반격
대형은행들은 해외은행 및 핀테크 해외송금 업체와 제휴를 맺고 해외송금 수수료를 대폭 줄이고 있다. 과거 은행들은 송금 1건당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7만원까지의 수수료를 매겼다.

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연말까지 몽골, 미얀마,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국가 해외송금 고객에게 송금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은행이 받는 중계 수수료뿐 아니라 전신료(망 사용료), 해외 중계 은행 수수료도 없앴다. 해외 은행이 받는 수수료까지 무료화한 것은 은행 가운데 처음이다. 이 은행은 올 들어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해외송금 수수료도 각각 4달러 수준으로 내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동안은 해외에 돈을 보내려면 최대 5~6곳의 중계 은행을 거쳐야 해 수수료를 중복해서 내야 했지만 제휴를 통해 이를 없앴다”며 “은행으로서는 손해를 보며 송금해주는 것이지만 고객 기반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NHN페이코와 제휴해 수수료를 내리고 절차도 간소화했다. 연말까지 ‘페이코 제휴 해외송금 서비스’로 5000달러 이하 송금 시 수수료는 2000원만 내면 된다. 미국 캐나다 등 세계 81개국에 송금할 수 있다. 필리핀, 미얀마 등 22개 국가는 수취인의 휴대폰 번호와 주소만 입력하면 된다. 신한은행도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쏠(SOL)에서 3000달러 이하 해외송금에는 수수료를 연말까지 면제한다. 기업은행은 12달러를 웃돌았던 해외송금 수수료를 올 들어 최저 5달러로 절반 이상 깎았다.

“은행과 핀테크 경쟁 본격화”

은행 "해외송금, 밑지는 장사도 불사"…핀테크에 '수수료 무료' 반격
2017년 정부가 소액 해외송금업을 허용한 뒤 핀테크 업체들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갔다. 송금 수수료가 은행의 10~20%에 불과하다는 점을 앞세워 해외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를 끌어모았다. E9PAY와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 한패스 등 해외 소액송금 업체와 센트비 모인 등 스마트폰 앱 기반 송금 업체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이들 업체는 △풀링 △프리펀딩 △네팅 등 새 송금 기법을 도입해 수수료를 낮췄다. 은행은 국제 결제시스템(스위프트망)을 이용하면서 송금 건당 수수료를 낸다. 중계 은행과 현지 수취금융회사 수수료는 별도다. ‘풀링’은 여러 건의 송금을 모아 스위프트망을 한번만 이용해 보내는 일종의 ‘카풀’ 방식이다. 비용을 분담하기 때문에 전신료, 중계·수취 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다. ‘프리펀딩’은 사전에 목돈을 보내 놓고 수취국의 제휴 금융사가 송금 때마다 현금을 인출해주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물리적인 송금 없이 돈을 보내는 ‘네팅’도 활발하다. 제휴를 맺은 해외 금융사와 회계상 상계 처리를 하는 방식이다. 서일석 모인 대표는 “양국 간 현지 화폐의 수요와 공급 규모를 예측해 돈을 물리적으로 보내지 않고 논리적으로 보내는 방식”이라며 “앞으로는 은행이 원가 계산도 없이 전신료를 떼가는 사례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들이 ‘수수료 제로’를 선언한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5000달러로 묶여 있는 소액 해외송금업자의 송금 한도 규제가 풀리면 전체 송금 시장의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격전지’는 해외송금 수요가 많은 외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이다. 최근 소액 송금업체들은 서울 동대문, 경기 안산, 경남 김해 등에 지점을 세우고 대면 영업까지 나섰다. 은행들도 해당 지역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